지장금의 절기밥상 - 생태탕

2018.01.21 14:44:07

지명순

U1대학교 호텔조리와인식품학부 교수

[충북일보] 벽두부터 한파와 폭설이 시작되었다. 이 엄동설한에 1박하는 손님들을 맞으려니 은근히 걱정된다. "무얼 대접할까· 메뉴가 고민인데"하니 "날씨가 추울 때는 생태탕이 최고지!"한다. "맞아!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나게 끓이면 다들 좋아 하겠지·"싱싱한 생태를 구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마스크에 목도리까지 단단하게 차려 입고 수산물도매 시장으로 달려간다.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나에게는 때 이른 새벽이지만 수산물시장의 이 시간은 활력이 넘치는 시간이다.

생태

ⓒ이효선
시끄럽고 부산하지만 사람들 표정은 살아있다. 상점마다 경매에서 낙찰 받은 생선과 어패류, 각종 수산물들이 넘쳐났다. "물 좋다는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생선의 빛깔이 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눈알이 선명하다.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는 육지에 올라와서도 펄펄 뛴다. 바다의 신선함이 그대로 옮겨 온듯하다. 넉넉하게 생태 5마리, 굴 1kg, 모시조개 2kg 그리고 물미역, 매생이까지 샀다.

생선 손질은 내장을 빼는 것이 급선무이다. 생선 생태에 달려있는 지느러미와 꼬리를 가위로 모두 자르고 칼로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긁어 비늘을 벗기고, 아가미를 벌려 가위로 잘라주고, 배 쪽에 손가락을 넣어 내장을 빼내고 물에 씻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낸다. 애·고니·알은 분리하여 씻어 물기를 뺀다. 모시조개는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토하게 하고 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은 뒤 채반에 옮겨 냉장고에 넣었다. 물미역은 소금으로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다음 끓는 물에 파릇하게 데쳤다. 새벽시장의 기운을 받아서 일까· 두어 시간 이어지는 재료준비에도 피곤하지 않고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식탁에 꽃도 꽂고 촛불도 준비하고 소주잔·맥주잔·와인잔까지 꺼내 세팅하니 분위기가 났다. 이제 본격적인 음식 만들기가 시작이다. 바지락으로 국물을 내고, 무를 얄팍하게 삐져 넣고 여기에 고추장를 풀고 팔팔 끓기를 기다렸다가 손질한 생선을 넣어 끓인다. 생선살이 익으면 손질한 내장을 넣고, 대파와 청양고추도 넣는다. 두부는 마지막에 넣어 불지 않게 한다. 굴과 미역을 큰 접시에 넉넉히 담고 사과식초로 만든 초고추장을 곁들였다. 반찬은 김구이와 김치가 전부이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손님이 와르르 집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의 메인 음식은 생태탕입니다."하니 "겨울에는 생태가 최고지요!" "소주 한잔이 제격이겠네요!" 남자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환호한다. 보글보글 끓는 생태탕과 금방 지은 쌀밥을 차려냈다. 후루룩후루룩 "국물 맛이 정말 시원해요!" "생선살이 살살 녹아요!" "왜 내가 끓이면 이런 맛이 안 나지!" 하면서 칭찬을 해주니 새벽시장을 다녀온 보람이 있다. 술 한 잔에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이마에 땀까지 흘려 가면 배를 두둑하게 채운 눈치다.

생태탕

ⓒ이효선
얼리지 않았다는 뜻의 생태는 본래 이름은 명태이다. 방약합편에 보면 명태의 성질은 따뜻하면서 맛은 짠 맛이 있다. 과로하여 허약할 때 체력을 보해주고, 중풍이나 풍(風)증을 예방한다고 하였다. 명태는 열을 가하면 쉽게 풀어지는 특성이 있어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기름기가 적으며 담백하여 속이 편한 것이 특징이다.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고 배가 차고 설사가 많은 경우에 먹으면 좋다.

미역

ⓒ이효선
미역은 영양이 풍부하여 '바다의 채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열을 내리고 진액을 만들며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뭉친 것을 풀어주며 소변과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 굴은 바다의 보약으로 통하고 돌에 핀 꽃이라는 뜻으로 '석화'라고 부른다. 특히 겨울철에 맛이 좋은데 간 기능을 원활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주독과 숙취해소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또한 초고추장의 식초와 레몬의 신맛은 굴의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고 인체 내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이효선
하여간 저녁시간은 훌륭했다. 즐겁게 만든 음식이라 모두에게 살로 갔을 것이며 행복한 기운을 주었을 것이다. 아침 매생이 떡국과 유자차를 끝으로 1박2일 내 만찬은 끝이 났다. 추운겨울 날이 행복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3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