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금의 절기밥상 - 수수조청, 수수부꾸미

2018.02.25 16:39:54

지명순

U1대학교 호텔조리와인식품학부 교수

오미(五味)는 5가지 맛. 즉 신맛[산(酸)] · 쓴맛[고(苦)] · 단맛[감(甘)] · 매운맛[신(辛)] · 짠맛[함(鹹)]을 말한다. 옛 사람들은 한약의 성분을 밝힐 수 없었던 당시 조건에서 한약의 맛을 보고 맛과 약효의 관계를 밝혀 놓았다.

옛 의학서에 따르면 신맛을 가진 약은 주로 아물게 하고 수렴(收斂)하는 작용이 있다. 단맛을 가진 약은 주로 자양하고 긴장된 조직을 느슨하게 완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매운맛을 가진 약은 주로 땀을 나게 하여 발산시키고 기의 순환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 짠맛을 가진 약은 주로 굳은 것을 유연하게 하고 마른 것을 촉촉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쓴맛을 가진 약은 열을 내리고 수습(水濕)을 몰아내는 작용이 있다. 신맛을 가진 약은 간(肝)에, 쓴맛을 가진 약은 심(心)에, 단맛을 가진 약은 비위(脾胃)에, 매운맛을 가진 약은 폐(肺)에, 짠맛을 가진 약은 신(腎)에 주로 작용한다.

'음식을 만든다'것은 기본이 되는 재료에 양념을 더하여 맛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념은 맛이 강하고 약성도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양념을 할 때는 신중하게 음식의 맛을 살릴 만큼만 '약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양념이다. 양념 중 단맛을 재료는 꿀 · 조청 · 물엿 · 설탕 등이 있다. 요즘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설탕은 흡수 속도가 빨라 혈당과 인슐린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그러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과 비만 위험성을 높인다. 설탕은 '백색가루의 공포' 식품으로 사용을 꺼린다.

수수조청

우리조상들은 설탕대신 단맛을 내는 양념으로 조청을 썼다. 조청은 곡물을 엿기름물에 삭혀 오랫동안 졸여 꿀 같은 단맛이 나도록 만든 감미료이다. 건강한 단맛을 찾아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로 향한다. 소백산과 남한강이 어우러진 마을이라 남한강에서 부는 세찬 바람과 소백산 자락의 큰 기온차이로 예로부터 전국 최고품질의 찰수수가 생산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수수 조청의 명맥을 잇고 계신 신현팔 대표를 만났다. 수북이 쌓인 수수를 보니까 고향의 푸근함이 느껴진다.

수수조청을 만들려면 사흘이 걸린다고 한다. 먼저 찰수수쌀을 씻어 충분히 불린 다음 찜통에서 푹 찐다. 보리 싹을 틔운 엿기름은 찬물에 3시간 이상 불려 여과해 엿기름물을 만든다. 그런 다음 찐 수수밥을 으깨어 엿기름물을 붓고 65도 정도의 온도에서 10시간 정도 당화시킨다. 이 수수조청이야말로 한국 슬로우 푸드 가운데 백미 중 백미이다. 당화된 엿물을 베보자기에 짠 다음 가마솥에 불을 때가면서 엿물을 농축시킨다. 이때 큰 나무 주걱으로 바닥이 눌어붙지 않게 저어 주어야 하는데 한눈을 팔았다가는 엿물이 끓어 넘치는 곤란 일이 생긴다. 팔이 아프도록 젓다보니 흰 거품이 부글부글 위로 끓어오른다. "송아지 거품이 날 때까지 계속 끓이면 돼요"한다. 거품모양이 마치 송아지 거품같이 많이 올라와야 완성점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것도 못 믿으면 나무 주걱으로 조청물을 떨어뜨려 보아 방울방울 떨어지면 완성이다.

나무주걱에 묻어 있는 조청을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간을 보니 굿~굿~소리가 절로 나온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단맛이다. 쫄깃한 흰 떡에 수수조청 찍어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댁에서 먹어봤던 조청맛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수수

수수엔 마그네슘이 쌀의 5배, 스트레스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식품으로 심장, 혈관과 관련, 빈혈 예방, 조혈 작용 한다. 아기의 돌과 생일에는 수수팥떡을 먹이는데 성장에 히스티딘이 다양 들어 있어 뇌 발달을 도와 청각과 언어발달에 도움을 준다. 한방에서 수수조청은 수수의 열한 성질을 엿기름으로 삭혀 오랫동안 불에 고아 만들어 따듯한 성질을 증가되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수수조청은 평소 몸이 냉해 소화불량이 많은 여성, 특히 소음인 체질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니 천식과 기침 다스린다.

수수부꾸미

다음은 수수부꾸미 만들기에 도전한다. 끈기가 부족한 수수는 찹쌀가루를 섞어 익반죽을 하여 오랫동안 치댄다. 수수반죽을 조금 떼어 주물러서 동글납작하게 빚어 기름 두른 팬에 지진다. 아래쪽이 투명하게 익으면 뒤집어 가운데 팥 앙금을 기다랗게 뭉쳐 올린다. 그리고 반으로 접어 반달모양으로 만든다. 말랑말랑하게 익은 부꾸미는 가운데에 앙금이 볼록 올라온다. 찹쌀부꾸미가 깨끗한 흰색으로 서울느낌이라면 수수부꾸미는 갈색으로 투박한 시골 느낌이다. 조금은 거칠고 덜 달지만 먹을수록 당기는 오랜 친구 같은 맛이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수수조청, 수수부꾸미를 배우면서 그동안 쉽고 편리한 음식에 익숙한 입맛을 반성해본다. 양념은 좋은 것으로 꼭 필요한 양만 약처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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