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한 달 한파'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진동 이상… 찬 공기 남하
시베리아 大雪로 형성된 한기도 한반도 덮쳐
눈 오면 포근한 삼한사온 옛말… 올핸 동시습격

2013.01.03 19:26:30

벌써 한 달 째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아니, 이번 겨울 들어 따뜻한 날이 아예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파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가 추워졌단 설명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북극진동'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겨울이 되면 차가운 북극과 따뜻한 중위도 사이에 '제트기류'가 형성된다. 북극 주위를 감싸며 빠르게 동쪽으로 도는 제트기류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방패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는 지구 기후변화에 따라 고위도와 저위도를 오르내리는데, 북극의 찬 기온도 이 움직임에 맞춰 남하와 북상을 반복한다. 이를 간추려 '북극진동'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갑작스레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열이 생겨났고, 이 때 형성된 고기압이 제트기류를 느슨하게 해 북극의 찬 공기를 큰 폭으로 남하하게 만들었다.

전문 용어로는 '북극진동의 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으로 표시됐다'고 한다. 극진동지수가 양(+)이라면 제트기류가 북극에 가까워져 찬 기온의 남하를 막고 있단 뜻이다. 최근 5년 동안은 양보다 음이 많았다.

여기에 시베리아 대설(大雪)도 한파를 거들었다. 올해 유난히 시베리아 지방에 많이 쌓인 눈은 햇빛의 지표면 흡수를 막았고, 이 탓에 지표열로 대기가 달궈지지 못해 상공 5㎞ 지점에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층이 형성됐다. 북극 한기에 시베리아 대기층까지 제트기류의 느슨한 틈을 타 한반도 남측 상공을 동시에 덮은 거다.

반대로 한반도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을 살펴보자.

삼한사온은 일주일 간격으로 3단계의 변화를 거친다. 먼저 시베리아 부근에서 형성된 찬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확장, 옷깃을 여미게 한다. 동반된 강한 바람은 체감온도를 더 떨어트린다. 2~3일 영향을 미친다.

이 기단은 한반도에서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돼 1~2일가량 머문다. 삼한사온의 두 번째 단계다. 구름 없이 맑은 날씨는 이불 역할을 하지 못해 지표면의 열을 대기권 밖으로 뺏기게 한다(복사냉각). 삼한사온 중 가장 추울 때다.

마지막 단계는 '눈'이다. 북쪽의 찬 대륙 고기압과 한반도를 벗어나는 이동성 고기압 사이, 즉 발해만 부근에서 형성된 기압골이 북한을 거쳐 중부지방까지 내려와 눈을 뿌린다. 이때가 삼한사온 중 가장 따뜻하다. '눈이 오면 오히려 포근하다'는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강추위'란 순우리말은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일컫는다. 이를 보더라도 눈이 오지 않는 날 오히려 더 춥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한자어가 붙은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한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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