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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도서관, 피어라 꿈' - 프랑스 파리 발레이르 도서관

파리 어린이도서관 62개중 하나… 흔한 슈퍼마켓처럼 생활의 일부
책꽂이마다 '작은 사다리' 준비… 아이들 스스로 책 고르도록 배려

  • 웹출고시간2015.07.30 15:11:10
  • 최종수정2015.07.30 15:11:10

발레이르 어린이도서관 입구

ⓒ 기획취재팀
[충북일보] 영국(루이스캐럴 어린이도서관, 패딩턴 어린이도서관), 프랑스(파리 비블리오 루도테크 어린이도서관, 사강 어린이도서관)를 둘러보면서 유럽 초등교육의 근간을 차츰 알 수 있었다. 그 교육문화의 핵심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우리나라 도서관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학교와의 유기적 협력관계였다. 이는 우리 사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 교육이 '풍요롭게 잘사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비해 유럽 교육의 목표는 '행복한 삶'이라는 차이가 뚜렷했다. 그들의 이러한 가치관은 오랜 세월동안 몸에 밴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인식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런 여유는 바로 '복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 스스로 책을 고르는 아이들, 부모는 도서관에 데려오는 역할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하교 후, 곧바로 학원차량에 몸을 싣고 태권도, 수학, 영어학원 등을 순례하다 늦은 저녁 무렵에서야 귀가한다. 유럽의 어린이들은 반드시 부모가 찾아와 손을 잡고 우선 학교 근처의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학교에서 부족한 숙제를 보완하고 과제물을 컴퓨터나 자료를 통해 해결한다. 그리고 널린 책의 숲속에서 여유 있게 부모와 함께 책을 읽다 집으로 귀가한다.

프랑스 파리의 주차난은 생각보다 심했다. 도로변에 있는 지정주차장을 차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었다. 겨우 도착한'발레이르(Valeyer) 어린이도서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파리 9구 지하철 카데역 근처에 위치한 '발레이르 어린이도서관'은 파리의 총 20구(區)로 나뉘어져 있는 어린이도서관 62개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어린이도서관은 흔한 슈퍼마켓처럼 거미줄처럼 촘촘히 자리 잡고 있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발레이르 어린이도서관의 상자같은 책꽃이 모습

ⓒ 기획취재팀
'발레이르'는 책의 향기란 의미다. 이름처럼 프랑스 가정집의 따뜻한 인테리어로 방문하는 이들을 반겼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낮은 책꽂이들과 자연스럽게 책을 고르는 풍경이 정감 있게 느껴졌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유럽 어린이도서관의 특징적 모습 중 하나는 어린이와 함께 어른들의 책을 읽는 모습이다. 어른들은 아이들 옆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읽어주기는 하되 책을 고르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책꽂이마다 작은 사다리가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은 자신의 키에 맞게 사다리를 조정하여 책을 고르기도 한다. 비교적 젊은 엄마인 까미유(camille· 32)씨는"프랑스의 모든 공공 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통합 프로그램이 분기별로 제공된다. 시, 소설, 역사 등 각 분야별 이야기 교실, 인형극, 영화 및 특별 프로그램이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라며"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자료가 오면 3개월 정도의 계획을 미리 세워 아이와 함께 움직인다."라고 말한다.

◇ 도서관은 사교육을 필요 없게 만드는 구심점 역할

어린이와 함께 책을 읽어주고 있는 까미유씨

ⓒ 기획취재팀
2005년 이후 우리는 정부의 도서관 발전정책에 의거 전국에 공공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어린이도서관, 작은 도서관 등 다양한 종류의 도서관들이 속속 개관하는 양적증가세가 뚜렷했다. 과거의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책을 빌려가거나 공부하기 위한 장소였다면 최근 도서관은 문화예술의 매개 공간으로서 지역 사회의 소통과 문화예술의 창출 및 향유공간으로서의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은 애초부터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굴레가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포함한 공공도서관의 도서관법 2조4항을 보면 '공중의 정보이용, 문화 활동, 독서활동 및 평생교육을 위한 시설'임을 명시하고 있다.

"도서관은 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주력해 왔다. 이 본래의 기능은 도서관을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다. 절대 변할 수도 없는 것이고 변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유럽으로 어린이도서관 기행을 떠나기 전,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 사서 P씨로부터 듣게 된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설명은 완고했다. 어떤 면에서 도서관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운영자적 입장에서 필요한 주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은 학교수업과정과는 별개의 문화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P씨는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의 활성화는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어린이의 창조적인 성장환경을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며 "그로인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지역공동체가 형성되고 공동체의 역할을 통해 지역의 문화구심점이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어린이도서관이 유럽(프랑스, 혹은 영국)어린이도서관과의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면 학교수업과 도서관이 분리되어 있는 현상이다. 마치 학교 수업이 하루 세끼 식사라면, 도서관 이용은 간식을 섭취하는 것쯤으로 여긴다. 그에 비해 유럽은 도서관이 학교수업의 연장선이면서 풍요로운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물론 우리도 어린이도서관의 역할이 점점 증대하고 있지만 학교와 지나치게 멀어져 있다는 것은 아쉽다. 사교육 문제가 끝나지 않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어린이도서관의 또 다른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가는 프랑스부모들

ⓒ 기획취재팀
유럽이 사교육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도서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학교와 어린이도서관이 상호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학원 자체가 존재할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예체능의 심화교육까지 도서관이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이들을 한 나라의 바람직한 선진시민으로 길러내는데 도서관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윤기윤 팀장·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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