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아프다

2021.08.26 13:49:56

김희식

시인

처서가 지나니 바람이 계곡을 닮았다. 한결 서늘해진 기온에 잠시 숨 한번 크게 쉰다. 스치는 바람이 날카로운 얼음의 알갱이를 품어 얼굴을 따갑게 때린다. 요 며칠간 때늦은 장맛비가 온종일 내린다. 비를 맞으면 마음은 점점 자연의 색을 입는다. 비가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다. 어쩌면 세상은 서로가 물들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온몸에 깊은 하늘이 흐른다.

장맛비는 일상의 쌓여있는 답답한 먼지들을 쓸어내리며 세차게 쏟아진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무심히 바라보지만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 지구가 많이 아프다. 우리의 지구는 자연의 질서가 무너진 듯하다. 바이러스의 창궐을 비롯해 화재와 수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북극 빙하는 걷잡을 수 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삶은 탐욕으로 스스로 저지른 자연 파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최근 탄소중립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때 늦은 입법이지만 참 잘한 일이다. 이미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 의정서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긴 하나 이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성과를 보게 된 것이다. 인간 문명의 상징인 탄소배출로 인해 지구는 병이 들었고 이로 인해 각종 질병과 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각국은 인류가 저지른 문명의 삶을 스스로 자제하는 법들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 법의 시행 이후는 이전과 많이 다를 것이다.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그리고 인류는 인류대로 각자가 서있는 곳에서 스스로 청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구를 정화하고 탄소의 배출 감소를 위해 수소, 전기, 태양광,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통해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인류생존의 한계인 연평균 1.5℃ 이하의 상승률을 유지하기 위한 과감한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각 기업들의 ESG경영 표방은 탄소중립 실천에 있어 공존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획기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르네 파세는 "기업은 사회 시스템 안에 있고, 사회 시스템은 생명 시스템 테두리 안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이 사회나 환경을 해치면 영속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환경에서의 친환경성과 사회에서의 상생을 위한 노력, 그리고 지배구조에서의 준법성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더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서 더 이상 지구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과 더불어 장기적인 과제를 스스로가 각성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지구상에 공존하는 생명을 살리고 상생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일인 것이다.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 없이 함께 살아갈 생명들의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고 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리고 꿋꿋이 감내해야 하는 길이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것이다. 이전과 달라질 지구를 꿈꾼다.

우리는 세상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자기 성찰은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통의 길을 걸어간 후 뒤돌아보면 한결 성숙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자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때가 되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사계가 뚜렷하고 새소리 맑은 아침을 상상한다. 이제야 자연의 삶을 조금씩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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