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2020.03.05 17:31:52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내가 근무하는 곳 양지쪽 한 귀퉁이에 언제부턴가 노란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잎이 약간 마른 듯합니다. 그 앞을 수십 번 지나쳤을 텐데 지금껏 못 보고 살았습니다. 요즘 우리 사는 게 이렇듯 정신이 없습니다. 뭐에 홀렸는지 봄이 오는 줄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이렇게 봄이 와도 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자꾸만 거세어지는 것 같아 우려가 커지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그렇게도 염려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온 나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있습니다. 지역 간 감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구에게서 감염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는 확산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수천 명의 감염자와 수십 명의 죽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접촉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꺼리거나 격리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하늘길도 끊긴 채 혐오와 배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 그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바이러스 사태는 비단 전염병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이 갖는 생존에 대한 불안 의식과 이기적인 삶의 습속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류의 이기적 문명과 같이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 이전에도 존재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인류의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가장 원시적인 바이러스에의 대항력은 더욱더 적어졌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인간이 저지른 많은 자연에 대한 잘못들과 파괴적 문명 주의에서 발원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병이 들면 자연은 스스로 치유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바이러스 대란은 이를 치유하는 자연의 정화작용일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러한 자연의 치유과정인 재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영원히 함께 지고 가야 합니다.

그러나 전염병은 일시적입니다. 그리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없이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한 매일 새로운 질병과 마주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질병은 항상 존재하므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몸은 수많은 질병과 마주하며 그것을 체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당면한 이 질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와 싸우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며 몸으로 극복해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억지로 싸우고 이기려 하면 할수록 질병은 더 큰 형태로 우리의 삶을 막아설 것입니다. 인류의 악습과 파괴적 본능이 자초한 질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 몸과 같이하며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인류생존의 방식일 것입니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지금의 코로나19가 감기 앓듯 지나가는 그런 계절 질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껏 우리에게 발병된 수많은 바이러스는 그때는 신종이었지만 지나고 난 후에는 유행병일 뿐입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더는 자기들만의 이기심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존엄을 지키고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기적 문명에 기대어 사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에의 두려움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믿음과 자기 각성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 질병은 퇴치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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