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땅 투기 문제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판을 흔드는 핵(核)으로 떠오를 태세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공·민간 산업단지와 택지개발지구뿐 아니라 공공시설물 주변 땅을 매입해 시세 차익을 얻었다거나 얻기 위해 땅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는 음주운전, 성 비위 못지않게 땅 투기 행위가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효촌리 일원은 청주·청원행정구역 통합(2014년 7월)을 계기로 상당구청사 신축 이전 부지로 떠오른 뒤 최근까지 개발 수요가 꾸준하다.
상당구청사 입지는 행정구역 통합을 1년 앞둔 2013년 7월 상생발전방안 합의에 따라 결정됐는데 2018년 3월 신청사가 업무 개시에 들어간 뒤 상가 신축이 잇따랐다.
인근 동남지구 등 택지 개발로 대단위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각종 개발 행위에 불을 지폈다.
주변 땅값은 '금싸라기'로 불리며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 충북도가 2018년 2월 공시한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청주시 상당구는 전년 대비 6.78% 상승률을 기록, 도내 시·군·구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이는 동남택지개발지구와 상당구청 건립에 따른 인근지역 가격상승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공무원과 선출직 공직자(국회의원, 도의원, 시·군의원) 땅 투기 의혹이 이슈로 떠오르며 효촌리 일원은 'A의원이 투기로 수 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한 주민은 "A의원이 소유한 토지와 연접한 도로가 왕복 4차로 확장된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도로는 청주시가 2000년 6월 도시계획시설로 최초 결정됐으며, 확장공사는 인근 교량 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10월 자체 투자심사와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을 뿐 확장공사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
청원구 정상동 일원에 추진 중인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 부지에도 전·현직 시의원, 특정 정당 임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넥스트폴리스 산단은 충북도 출자출연기관인 충북개발공사가 산업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국토부에 산업단지 승인 신청을 앞둔 곳이다.
이 산단은 충북개발공사가 2018년 2월 민간업체에 '신규 사업 기본 구상 및 사업화 수립 방안 용역'을 의뢰한 것을 시작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충북지사와 청주시장에게는 그해 10월 추진계획이 보고됐다.
충북개발공사 이사회는 2020년 1월, 도의회 의결은 그해 6월 진행됐지만, 이 같은 절차가 진행되기 전 개발 정보가 유출되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도내 각 시민사회단체는 선출직 공직자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투기실태를 전수 조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본보가 2020년 3월 충북도공직자윤리원회가 공고한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을 살펴본 결과 일부 시의원들이 거주하지 않거나 연고가 없는 세종, 제주, 경기도 고양 등 타 지역에 토지와 건물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공무원뿐 아니라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들도 조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지방의원들 투기가 확인되고 있고 우리 지역에서도 지방의원의 농지소유 등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방의원이 있다면 투기를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지방의원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내 한 지방의원은 "2018년 지선이 '미투' 선거였다면 내년 지선은 '투기' 선거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마녀 사냥식'으로 후보가 평가되어선 안 된다.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하고 후보자를 검증할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안혜주·강준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