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유대관계

2021.03.07 16:08:55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정호승, 「수선화에게」, 부문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렇게 막연하던 외로움이 예고 없이 찾아왔다. 필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외로움을 경험할 것이다.

하얀 눈 내리던 날, 전화번호를 뒤적이면서 신호를 보낼 사람, 받을 사람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려보았다. 보낼 사람 받을 사람을 찾지 못할 때 오는 놀라움과 당황함, 이는 외로움이었다.

외로움과 고독은 홀로 됨, 불통, 친밀감 상실, 충족되지 않는 욕망 등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며, 외로움은 영혼을 파괴하는 파괴자가 된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은 인지 능력을 무력화 시키고, 의욕상실로 생기를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부대끼며 소풍 가는 여행길이다. 하얀 머리가 늘어가고 석양빛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고서 깨달은 외로움, 외로움이란 이렇게 뼈에 사무친 절망이었나 보다.

있을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함에 대한 뉘우침과 한탄, 올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누구에게 다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해야 하는지, 코로나19와 마주하니 이유 불문, 그냥 더 외롭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는 휴강에 들어갔고, 북적이던 상점들도 밤 9시면 문을 닫아야했다. 이로 인해 사회성과 정치성은 상실되었다.

직장인 업무는 비 대면으로 바뀌었고, 5명 이상 모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서로 소통하던 장이 사라지자 이를 적응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인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단절된 소통을 벗어나기 위한 자연스런 행동일 것이다. 집단에서 소통이 단절되면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 불안은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위기로부터 벗어나 집단으로 복귀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때로는 혼자 여행을 떠나 낯선 환경에 스스로 빠져 외로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외로움이다. 이러한 경험에 의해 외로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극단적 선택을 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잘 구축된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봐야한다. 필자도 SNS를 통해 서로 관심사를 교환하고 응원하면서 유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배를 땅에 붙이고 살아가는 배암같이 우리는 먹이를 얻기 위해 산다. 의욕만으로 욕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먹이에 대한 욕망에서 오는 외로움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사랑

-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부문.

외로움을 겪는 위기 상황에서도 잊지 말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했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사람과 사람 간 잔잔한 유대관계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했다. 관계에 대한 소중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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