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층간소음은 빌라, 아파트 등 규모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추워지고 있는 날씨 탓에 실내에 머무는 입주민들이 늘면서 층간소음 관련 민원도 부쩍 늘고 있다. 아파트 단지마다 층간소음 유발행위 자제를 당부하는 내부 방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에선 종종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다 이웃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60대 A씨를 지난달 말 구속했다. 청주 흥덕경찰서도 지난 7일 반복적으로 층간소음을 일으켜 이웃을 괴롭혀온 40대 B씨를 입건했다. B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8층 아파트에서 일부러 천장과 바닥을 두드리며 층간소음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층간소음의 종류는 뛰거나 걷는 소리, 악기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러닝머신 같은 운동기구 소리, 문 닫는 소리 등 다양하다. 위·아래층뿐만 아니라 이웃집 벽간 소음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년간 접수된 전국 층간소음 민원은 2만7천773건이다. 이 가운데 충북이 710건을 차지하고 있다. 층간소음에서 비롯된 살인 등 5대 강력범죄도 최근 5년 사이 전국적으로 10배나 늘었다. 지나치게 소음에 민감한 주민이 아래층에 거주할 경우 위층 주민은 좌불안석이다. 층간소음 문제는 입주민들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래층 입주민이 너그럽게 이해하고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층간소음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허술한 공동주택 건축이 지목된다. 건축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층간소음만큼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마침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대전 중구) 의원은 지난 19일 건축법 일부개정안(층간소음 방지법)을 대표로 발의했다. 건축물 설계단계에서 층간소음을 차단하고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년 하반기부터 설계하는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방지 1등급 기술을 전면 적용키로 했다. 기대가 크다. LH는 2022년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개발에 나섰다. 9차례 기술실증을 마치고 복합완충재와 고밀도 모르타르의 핵심기술, 층간소음저감 공법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에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민간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는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은 12건에 이른다. 그렇지만 기술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LH가 민간 기술을 공공임대 주택 등 공공주택 설계에 곧바로 적용하지 못한 이유다. LH는 완충재와 모르타르의 성능을 높여 층간소음을 줄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그 결과 자체적으로 1등급 기술모델을 만들었다. 이 기술은 내년 하반기 이후 모든 신축 공공주택 설계에 적용된다. 1등급 층간소음방지 기술이 적용될 경우 세대 당 분양가는 약 300만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옆 세대와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복도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생활소음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된다. LH는 그동안 개발해 온 층간소음저감 기술과 시공법, 실증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키로 했다. 이 기술이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널리 적용되면 층간소음을 둘러싼 분쟁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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