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의 법칙과 롱테일의 법칙

2016.09.07 15:31:44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우리 속담에 등장하는'꼬리'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은 옳지 못한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반드시 탄로 난다는 뜻이다. '용꼬리보다는 뱀대가리가 낫다'는 속담 또한 꼬리를 비하한다.

한때는 한 몸이지만 머리와 몸통을 지키기 위해 급히 잘려나간 도마뱀 꼬리 자르기의 꼬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벽암집(碧巖集)의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시작은 거창하나 마무리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말하고, 사기(史記)의 鷄口牛後(계구우후) 또한 닭의 머리(입)는 될지언정 소꼬리(엉덩이)는 되지 말라는 뜻으로 활용된다.

서양의 꼬리도 무시 대상이었다. 190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이탈리아 토지의 80%를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흔히 '8대 2 법칙'이라고 불리는 파레토법칙은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富)의 80%를 가지고 있는 소득분포의 불평등을 설명한다.

파레토 그래프(분포)는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상위 20%를 머리(head), 매출의 20%를 담당하는 하위 80%를 꼬리(tail)로 부른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있어서 핵심 소수인 머리(head)는 중시되지만 꼬리(tail)는 다수임에도 늘 무시됐다.

이러한 8대 2의 법칙은 조직 원리에도 활용된다. 모두 열심히 일할 것 같은 개미도 예상과 달리 20%의 머리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대충 따라 간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20%의 개미를 모아 두어도 그대로 8대 2의 법칙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결국 일하는 20%만 중시된다.

그러나 금과옥조(金科玉條)같던 파레토 법칙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하면서다. 그 동안 충성도가 낮았던 비 핵심 고객 80%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적은 매출량이지만 장기간을 합산하면 긴 꼬리들도 20%의 머리 못지 않는 매출량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의 크리스 앤더슨은 바로 파레토 분포에서 80%의 긴 꼬리(long tail)에 해당하는 고객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역 파레토인 롱테일(긴 꼬리)의 법칙이 등장한 것이다.

돈 안 된다고 다수의 긴 꼬리 개미 고객을 무시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꼬리만을 중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머리는 머리로서, 꼬리는 꼬리로서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탈무드'에는 뱀의 머리와 꼬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항상 머리에 불만을 가졌던 꼬리는 머리와 역할을 바꾼다. 그로인해 뱀은 강물에 빠지고, 가시덤불로 들어가 상처투성이가 되더니, 결국에는 불구덩이에 빠져 머리와 꼬리 모두 불에 타 죽게 된다.

국가든 사회든 작은 조직이든 머리와 허리 그리고 꼬리의 역할이 따로 있고 관리자와 중간 관리자 그리고 일반 구성원의 본분 역시 따로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들이 협력해야만 함께 갈 수 있는 것이다.

경위와 어찌됐건 얼마 전 고위관료의'민중은 개·돼지 발언'이 우리사회 상위 1% 기득권층과 엘리트층의 단상을 보여준 커밍아웃인 것 같아 씁쓸하다.

머리가 꼬리에게 말한다. "나는 입이 있어 말할 수 있지만 너는 말을 못하지." 꼬리가 머리에게 말한다. "너는 입이 있어 화를 자초하지." 그리고 우리는 말한다. 머리만으로 또 꼬리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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