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는 가라

2016.02.24 14:00:13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데 조선민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 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이 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할아버지였던 일제의 마지막 조선 총독 아베 노부유키가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뒤 남긴 말이다.

우리는 올해 광복 71년째를 맞고 있고, 며칠 후면 97주년 3·1절을 맞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는 노부유키의 섬뜩한 저주처럼 그들이 심어 놓은 일제강점기 식민교육의 잔재들이 때로는 속담과 일상 생활속에 그리고 때로는 언론의 기사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 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을 속담이라고 한다. 그리고 흔히들 '우리 속담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 있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원숭이가 살지 않았기에 이런 속담이 생겨 날수 없었다. 일본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었으니, 일본 속담이 일제강점기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보통 애창곡을 부를 때 '18번'이라고 한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18번이라는 말 또한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840년 가부키 배우였던 이치카와 단주로가 수많은 가부키 작품 중에서 인기 있는 18편을 선정 발표했는데 18가지 기예(技藝) 중 18번째 기예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하여 18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는 골프나 올림픽의 여자 경기가 있을 때 마다 '자랑스러운 태극 낭자군'이라는 표현을 접한다. 물론 사전적 의미로 낭자(娘子)의 뜻은 처녀이며, 낭자군(娘子軍)은 여자로 조직된 군대나 단체 또는 여자들이 지어 이룬 무리라는 뜻으로 여군(女軍)을 의미한다.

하지만 낭자군(娘子軍)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인들을 일본에서 일컫는 말로 사용 됐었다. 그야말로 '낭자군'이라는 이름은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이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속담에 원숭이도…'라는 표현은 우리가 일본이 아닌 이상 그냥 '옛말에 원숭이도…'라고 쓰는 것이 좋을듯 하고, 노래방 등에서 '내 18번은 무엇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 보다는 '나의 애창곡이 무엇이다'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 등 에서도 '낭자군'이라는 단어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 달 전 극장가에서 최민식 주연의 '대호'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1925년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이 영화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는 물론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냥을 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때까지 지킨 우리 민족의 가치관이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듯했다.

다가오는 97번째 3·1절에는 우리 모두 정작 사라져야 할 찌꺼기들은 사라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아야 할 것들이 사라져 버린 일제 35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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