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 김득신과 아인슈타인을 만나다

2016.04.20 15:56:00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1995년 유네스코는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의 축제인 '세인트 조지의 날'이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에 이날을 '책 드림 날'로 정했다. 하지만 문체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성인 독서율은 65.3%였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10명 중에 3~4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1994년(86.8%)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세계 인구의 약 0.2%이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차지하고,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미국 노벨상 수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족이 유대인이다. 이런 유대인의 저력은 세계 최고의 독서열에서 나온다. 그들의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방식이다.

유대인 아인슈타인과 운전기사 일화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자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어느 날 운전기사가 "박사님의 강연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저도 다 외웠습니다. 오늘은 피곤한 박사님 대신 제가 강연을 하면 어떨까요?". 두 사람은 외모도 비슷했고 강연은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연단을 내려올 무렵 어떤 교수가 어려운 질문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짜 아인슈타인은 "그 정도 질문은 제 운전기사도 답변할 수 있습니다. 자네, 올라와서 설명하도록 하게."

비슷한 일화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증평 출신으로 조선 최고의 독서광으로 알려진 김득신과 하인 이야기다. 어느 날 길을 가던 두 사람은 글 읽는 소리를 듣게 된다. "부학자 재적극박~" 김득신이 하인에게 말했다. "저 글이 아주 익숙한데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하인이 말하기를 "정말로 생각이 나지 않으십니까? 저 글은 나으리가 평생 읽으신 것이라 쇤네도 다 외웠습니다." 그 글은 김득신이 무려 11만 3천 번이나 읽었던 '백이전'이었던 것이다.

운전기사가 '상대성 이론'을 강연하고, 하인도 '백이전'을 외우게 한 아인슈타인과 김득신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세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고, 어렸을때 기억력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고교 퇴학과 대입 낙방, 박사학위 또한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노벨상을 받았을 때 직업은 특허사무소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문 고전에 심취했고, 대학 졸업 후에도 친구들과 올림피아 아카데미라는 독서 클럽을 만들어 토론했던 독서광이었다.

김득신도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 머리가 나빴다. 하지만 백이전을 11만3천번 읽고, 1만번 이상 읽은 책이 36편에 이르는 등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환갑이 다 된 59세에 과거에 급제한 독서광이었다.

사람이라면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의 다독(多讀)이 아니면 어떠한가.

눈빛이 종이를 뚫는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고, 백번 읽으면 저절로 뜻을 알게 되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의 정독(精讀)이 아니면 어떠한가.

세계 책의 날을 전후해 한 달간 부모들이 취침 전 자녀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주는 영국의 '잠자리 독서캠페인'이 아니면 또 어떠한가.

다가오는 4월23일 '세계 책의 날'에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김득신과 아인슈타인의 수불석권(手不釋卷)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책을 선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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