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 4월, 버드나무를 심어보자

2016.04.06 13:45:33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청명과 한식 그리고 식목일이 막 지났다. 한껏 봄기운을 머금은 삼기저수지 버드나무와 보강천 미루나무(이태리포플러)를 본다.

오동나무는 천 년을 지나도 제 가락을 간직하고 /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지더라도 본디 모습을 잃지 않고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로운 가지를 낸다.

조선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신흠의 '야언(野言)'에 나오는 한시로, 퇴계 이황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옛 설화와 기록에는 버드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이 우물가 여인에게 물을 청했더니, 그 여인은 왕건이 물을급히 마셔 체할까 봐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줘 후일 왕비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이순신 장군은 무과시험에서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버드나무 껍질로 다리를 동여매고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국사기'의 '쓰러진 버들이 저절로 일어났다'는 기록과 중국 문헌 '본초강목'의 '양류(楊柳)는 세로로 두든 가로로 두든, 거꾸로 꽂든 바로 꽂든, 모두 산다'는 기록은 버드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자에 버들양(楊)과 버들류(柳)가 있다. 학명에도 버드나무 과(Salicaceae)에 양버들 같은 사시나무 속(Populus)과 버드나무, 능수버들, 수양버들 같은 버드나무 속(Salix)이 있다.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뜻으로 '미류(美柳)나무'로 불렸던 포플러(poplar) 즉 미루나무 또한 사시나무 속의 일종이다.

버드나무는 의학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계림유사'는 이(齒)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양치질은 버드나무 양(楊), 가지 지(枝)의 양지질에서 나왔다고 한다.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던 것이 옛날의 양치 방법이었던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이(齒)가 아플 때 버드나무 가지로 이 사이를 문질렀다고 하고, 이쑤시개인 요지(楊枝) 또한 버드나무(楊) 가지(枝)의 일본식 발음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버드나무 껍질을 의약품으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해열 목적으로 버드나무와 포플러나무 껍질을 사용했다는 기록과 함께 1897년 독일의 호프만 박사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을 가지고 아스피린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버드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설화 및 의학사에 있어 인류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으며, 유용성과 함께 미인의 눈썹을 유미(柳眉)라고 하듯 아름다움 또한 내포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유용성은 물론 부드러움까지 가지고 있어, 그야말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나무, 유용지물(有用之物)의 나무인 것이다.

사람 또한 저 마다 유용성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때로는 세상이 딱딱해 지기도 한다. 여기에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보다 유연해 지는 지혜를 보탠다면 세상은 한결 부드러워질 텐데 말이다.

T.S 엘리엇(Eliot)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황폐해진 정신 상황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로 표현했다. 존속 살해와 아동 학대 사건이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잔인한 4월이다.

4월에는 우리 모두 황무지가 되어버린 마음에 라일락꽃을 피우고, 유용하고 아름답지만 유연하고 부드러운 '마음의 버드나무 한 그루'를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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