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2016.06.15 14:00:15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오십이 지천명(五十而知天命)! 나이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직을 시작하고 얼마 후였다. 함께 근무하던 과장님께서 "혹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아느냐?"고 여쭤보신다. 고등학교 때 배웠기에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 시 좀 구해다 줄 수 있느냐?"고 하신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교원대에 근무하던 친구에게서 교과서 복사본을 팩스로 받아 드렸다. 과장님께서 그 시를 받고 한참을 읽어 보던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과장님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와 같은 오십쯤 되었다. 나 또한 요즘 문득문득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게 된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 안타까워하며 / 한참을 서서 / 한쪽 길을 / 멀리 끝까지 바라보았습니다. /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중략> 먼 훗날 난 어디에선가 / 한숨지으며 얘기를 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 나는… /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가장 사랑받는 영시중 하나인 이 시는 프로스트가 실의로 방황하던 20대 중반에 쓴 시라고 한다. 실제 그는 젊은 시절 구두점 운영과 주간지 기자, 농장경영 등 여러 갈래 길을 걸어 보았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삶 또한 선택의 연속이다. 순간순간 두 갈래 길 중 어느 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이 현재 가고 있는 길보다 더 좋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세월이 흐른 뒤 '가지 않은 길' 그리고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해 동경하기 마련이다.

물론 역사에는 '만약에'라는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개인의 삶 또한 가정법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난날에 대해 "만약에 그때 그 길을 택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하는 미련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기에 누구나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해 예찬하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자신이 택한 길이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이었다고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불어 넣었고 긍정의 힘으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또한 영화가 끝날 무렵 "아버지~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라고 한다. 누구보다 힘들게 살아왔지만 부끄럼 없이 살아온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고 예찬한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순간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꿔 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한 번에 여러 길을 다 선택할 수 있는 행운은 누구에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지천명(知天命)이 된 지금에서야 그때 그 과장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듯하다. 지금 내 마음이 그때 그 과장님의 마음 이었을 테니.

그때 그 과장님도 가지 않은 길과 가지 못한 길에 대해 동경과 미련이 왜 없었으랴. 하지만 당신이 걸어왔던 길을 천명(天命)으로 생각했으리라.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퇴직을 앞둔 선배들도 참 많다. 하지만 모두가 그리고 각자가 자신이 선택한 길을 사랑하고 긍정의 힘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분명 먼 훗날 자신의 선택을 예찬할 수 있으리라.

프로스트가 먼 훗날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사람이 적게 간 길'이었다고 예찬할 것 이라고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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