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렁이를 이용한 논농사 제초 기술

2016.06.29 15:16:00

이태근

사단법인 흙살림연구소

얼마 전 일부 언론에서 '왕우렁이의 역습'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친환경농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왕우렁이가 마치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흉이 된 것처럼 보도하였다.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으로는 전남 해남지역의 논에서 모내기한지 얼마 안 된 어린모를 겨우내 월동하여 살아남은 우렁이들이 갉아먹어 논농사를 망치게 되었다고 한다. 왕우렁이는 정말 농사를 망치는 해로운 생물종이 되어버린 것일까.

왕우렁이를 이용한 제초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거의 20년이 되었다. 왕우렁이의 토착화를 우려하는 언론과 일부 과학자들의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20년 동안 왕우렁이를 이용한 제초기술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왕우렁이는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논의 잡초 제거에 효과적이다. 10a(300평)의 논에 약 5㎏ 정도의 왕우렁이를 논에 뿌려 물 관리를 잘하면 제초제보다도 효과가 좋다. 현재 친환경농업이 아닌 관행으로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제초제 대신 왕우렁이를 이용하여 제초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환경농업에서 왕우렁이와 더불어 활용되던 오리나 쌀겨를 이용한 제초, 기계를 활용한 제초기술이 퇴보하고 왕우렁이가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왕우렁이는 외국에서 도입한 외래종이지만 물속에서만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황소개구리와 같은 다른 유해생물종처럼 이동성이 커서 물과 땅을 오가며 서식 반경을 넓히는 생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왕우렁이는 습성 상 연못과 늪지, 관개 논, 수로 등 침수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수중 또는 수면의 풀들을 섭취한다. 따라서 물이 갇혀 있는 논에서만 서식하는 왕우렁이가 다른 생태계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낮다.

셋째 왕우렁이는 겨울이 추운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월동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괴산지역에서 실험해 본 결과 왕우렁이는 영하로 온도가 떨어지면 대부분 죽는다. 일부 주장과는 다르게 부화된 알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거의가 살아남지 못한다.

넷째 왕우렁이는 제초뿐 아니라 식재료로써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렁 쌈밥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식용을 위해 우렁이를 사육할 정도로 우렁이는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에서 각광받는 식재료가 되었으며 오리 등 잡식성 가축의 사료로써 쓰이기도 한다.

다섯째 왕우렁이를 활용한 제초기술이 화학 제초제를 사용한 제초기술보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화학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여 논의 수질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보다 왕우렁이의 월동가능성이 더 환경에 유해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실제로 어떤 쪽이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정식 연구가 이뤄졌던 적도 없다.

이렇듯 왕우렁이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왕우렁이는 환경부지정 외래에서 도입 된 유해생물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물론 동남아처럼 겨울이 없는 지역에서는 직파로 농사를 짓는 경우 유해생물이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추운 겨울이 있는 지역에서는 잘만 활용하면 유기농사에 큰 도움이 되는 생물 중의 하나이다. 무조건 월동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이 땅에서 몰아내야할 해로운 생물로 여기는 것보다는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적절한 관리방법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앞으로도 왕우렁이가 우리나라 논농사 제초 기술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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