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기농 3.0 괴산 선언'

2016.01.27 15:21:51

이태근

(사)흙살림연구소 대표

지난해 가을 충북 괴산에서 개최된 '2015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행사를 마무리하는 폐막식에서는 충북도지사를 비롯하여 국내외 친환경농업 관련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 괴산세계유기농 3.0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유기농 3.0 괴산 선언' 은 과거의 유기농을 넘어서 더욱 새롭고 진보 된 단계의 유기농의 시작을 말한다.

유기농 1.0은 1972년에 설립된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이전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유럽 등 지역에서 이어져 내려온 토착 농업 방식을 말한다. 유기농의 역사는 곧 농업의 역사이다. 유기농업은 최근에 시작된 농업 형태가 아니라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순환 원리를 이용하던 본래의 농사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기농의 역사는 1492년 세종대왕 때 편찬 된 우리나라 최초의 농서인 농사직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농사직설에는 '똥'을 활용하여 흙을 가꾸는 기술들이 기록되어 있다.

유기농 2.0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 설립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후 전 세계의 유기농 조직에 의해 인증제도가 도입 되었고, 생산, 인증, 유통이라는 단계가 성립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등 전 대륙에 걸친 82개 국가가 유기농업 규정을 도입하여 시행해 왔다.

인증제도 등의 규정 도입 하에서 유기농은 신뢰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양적인 성장을 계속해 왔다. 유기농 2.0 시대에서의 유기농은 정부중심, 특히 인증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거쳐 왔으며 유기농업의 원칙에 기반한 과학적인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 법적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유기농업을 실천 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소농들이 소외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업이 발전되어 왔지만 규모로 보면 여전히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의 1%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관행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비율도 낮아 유기농업이 주류농업으로 정착하기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유기농 3.0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기농업을 진정한 대안농업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농업 선언이다. 이를 위해서 유기농 3.0 은 건강, 생태, 공정, 배려라는 유기농의 4대 원칙을 중심에 두고 전 세계의 식량과 농업시스템이 생태학적으로 견실할 것,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할 것, 사회적으로 정당할 것, 문화적으로 다양할 것, 명백한 책임에 기초해야 할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농업이 경쟁체제에 몰입되어 가는 현 시대에 '공존'을 이야기하는 '유기농 3.0 괴산 선언'은 유기농업의 역사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선언이며 미래 유기농의 국제적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우리 스스로 잘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유기농 3.0선언이 단순한 선언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유기농 3.0은 대한민국 충청북도 괴산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선언이 전 세계 농업을 바꾸는 작은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충청북도 괴산은 전 세계 유기농업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중요한 지역이자 전 세계 유기농업의 중심지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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