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을 향해 가는 나라 부탄을 만나다(2)

2016.05.18 14:58:07

이태근

(사)흙살림연구소

부탄은 2020년까지 국토의 모든 농업형태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부탄 농림부 산하 농업, 원예 연구센터도 유기농업 발전 연구센터로 탈바꿈시켰다. 현장을 둘러보며 들은 바로는 비록 완전한 유기농법은 아니지만 약 94%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 6%가 농약, 비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국가에서 농약과 비료의 유통을 관리하기 때문에 농자재에 대한 구매 접근성이 낮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모든 농사가 그렇겠지만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벼농사에서의 제초와 감자에 발생하는 병이다. 때문에 벼농사와 감자농사에서는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농림부 산하 연구소의 시험 재배지에서도 제초제 사용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현지 농가를 방문하여 보니 부탄 농민들은 대부분 작물을 조밀하게 심는 밀식 재배를 하고 있었다. 밀식 재배의 이유는 양분 부족으로 인한 생산량 저하를 만회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토양 및 양분 관리가 필요해보였다. 2007년부터 전 농지의 유기농업화를 발표했지만 부탄의 유기농업 기술은 아직 체계적으로 연구된 적은 없고 일본의 벼농사 기술이 도입되어 일부 시험 중에 있다.

현지 농가 방문 중 부탄 시사나의 유기농업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농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년 전 부탄에서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유기농 감자 재배 및 착유, 두부 가공을 주로 하는 이 농장에 취업했다는 이 청년에게 부탄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고집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국가 정책이나 농산물의 가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농사를 짓는 농민 스스로의 건강이 좋아지고 더불어 환경을 살리는 일이기에 유기농업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부탄은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이 중요하다는 이념아래 국민의 행복을 중심에 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국민총행복량을 구성하는 요소는 생활수준,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의 여유, 교육, 문화적다양성, 굿 거버넌스, 공동체 활력도, 생태적 다양성과 회복력, 총 아홉 가지로 구성되어 국민 행복 지수를 평가한다. 이에 따라 부탄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 전기, 의료와 교육이 전부 무상으로 제공되고 쌀과 기름 같은 생필품도 최저가격으로 공급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국왕 통치 하의 입헌 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부탄에서 국왕은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필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탄 국민 중 농지가 없는 사람들이 국왕에게 청원을 하면 국왕 소유의 땅을 제공받을 수 있다. 농지를 받는 조건으로 첫째, 땅을 팔지 않아야 하고 둘째, 가족 중에 땅을 가진 자가 없어야 하며 셋째, 농지를 받을 사람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농지를 가진 농민들은 종자와 퇴비 등을 국가가 지원한다.

여행 중 부탄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케상씨에게 부탄사람들은 정말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넌지시 건네 보았다. 그러자 그는 행복이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는 것이라는 답을 주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복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역만리의 타국에서 새삼 깨닫는다. 부탄 사람들이 유기농업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스스로의 건강과 행복을 찾기 위해 하는 농사. 개발과 성장의 물결에 휩쓸려 깨끗한 산과 들과 물, 정겨운 이웃 간의 정이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모습들과 비교해보면서 부탄은 부디 우리의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그들만의 것을 지켜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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