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생명의 어머니이다

2016.04.20 15:27:13

이태근

(사)흙살림연구소 대표

최근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현대문명은 지구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각종 산업의 발전으로 공기와 물이 오염되어 가고 이로 인한 피해는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흙도 예외가 아니다. 비옥했던 토양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가고 풍성한 생태계의 보고여야 하는 농경지의 토양은 과다한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로 뒤범벅되어 오로지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생산해내기 위한 식물공장처럼 변해가고 있다.

흙은 셀 수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상에 형성된 인류의 귀중한 자원이다. 흙의 역사는 곧 지구의 역사이다. 땅에 쌓인 유기물이 미생물과 시간의 도움을 받아 왕성하게 분해되어 영양분이 가득한 겉흙이 되기까지는 천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흙은 땅 위의 모든 생물을 잉태하고 길러주는 생명의 어머니이다. 흙은 동물과 식물, 미생물이 공존하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 중의 하나이며 지상의 모든 생물이 의지하고 있는 삶의 기반이다. 흙은 오곡백과를 생산하여 우리를 먹여주고 섬유를 생산하여 우리의 몸을 보호해주며 나무를 키워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준다.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생산해주는 식물들도 흙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또한 인간을 비롯한 땅 위의 모든 동물들의 배설물과 사체도 결국 깨끗하게 분해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미생물도 흙이 없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흙 속 미생물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항생물질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이 생성되어 식물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흙 속 작은 곤충과 동물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한다.

고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들은 강과 비옥한 토지가 있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흙을 황폐화시키는 밀농사와 목축이 번성했던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흙의 생명력과 함께 흥망성쇠를 같이하여 지금은 그 흔적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찬란했던 이집트 나일강 유역의 문명도 지금은 사막 위의 피라미드로만 그 역사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은가. 흙이 없는 암반과 자갈,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은 그저 황량할 뿐이다. 이는 흙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문명의 미래와도 같다.

우리의 흙도 지금 신음하고 있다. 과다한 시비로 화학 비료와 소금에 절어 있는 흙, 분뇨와 쓰레기 속에서 썩어가는 흙. 우리 모두의 관리부실과 무관심 속에서 흙이 죽어가고 있다. 흙이 죽은 곳에서는 아무 것도 살아갈 수가 없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숨을 쉬듯이 흙도 숨을 쉰다. 좋은 거름은 흙을 더욱 왕성하게 숨 쉬게 한다. 흙의 숨은 흙 속에 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의 숨이다. 이 숨이 멈추는 순간 이 땅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숨도 멈추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으면 자식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흙은 생명의 어머니이자 만물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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