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전직 공무원 김용래씨 옛말·사투리 책 펴내 '화제'

5년간 열정 쏟아 600여개 단어 정리
"토속 언어 지키고 연구하는 참고자료가 됐으면"

2015.11.06 12:45:43

전직 공무원인 김용래씨가 사라져 가는 영동지역의 옛말과 사투리를 펴낸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충북일보=영동] 전직 공무원이 잊혀져 가는 지역의 옛말과 사투리를 책자로 펴내 화제다.

영동군 학산면 김용래(65·전 양산면장)씨가 주인공.

김씨는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열정을 쏟아 부은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가 발간한 책은 '잊혀져가는 우리지역의 말·말·말 충북영동'이라는 제목(장수출판사)의 64쪽 분량의 소형 책자다.

그가 태어나 36년간 공직 생활한 영동의 맛깔나는 옛말, 사투리 600여개의 뜻과 활용사례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가 수집한 옛말과 사투리를 소개하면 '데데하다(변변하지 못하다)', '말코지(벽걸이)', '처깔하다(문을 굳게 잠가 두다)'처럼 표준말이면서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말과 '까막풀(비탈)', '새봉개(새우)', '바람빠진(넋나간)', '씨서리(청소)' 등 영동지역 고유의 방언이 들어있다.

또 경상도 사투리인 '걸그치다(걸리적 거리다)', '바뿌재(보자기)', '빼까리(낟가리)' 등과 전라도 말인 '겅건이(반찬)', '꼬래비(꼴찌)', '찌끄리다(뿌리다)'도 있다.

여기에 충청도 사투리인 '대근하다(고단하다)', '탑시기(먼지)', '농투산이(농부)' 등과 함께 강원도에서 쓰는 '뒤통셍이(뒤통수)'도 소개했다.

그는 "영동이 경상·전라도와 접경인 3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뒤섞이면서 다양하고 독특한 언어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심지어는 면에 따라 말투나 억양까지 조금씩 달라진다"고 지역 언어의 특성을 설명했다.

영동은 민주지산 삼도봉(해발 1,176m)을 중심으로 경북 김천, 전북 무주와 접경지여서 10월 10일이면 이곳에 모여 화합과 우의를 다진다.

이 때문에 매곡·상촌·추풍령면 방향인 남동쪽은 경상도 말을 학산·양산·용화면 방향은 전라도 말의 영향을 많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그가 이처럼 영동지역의 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도시생활을 하는 자식과 친구들의 영향 때문이다.

이후 동네 어르신과 친구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유심히 귀에 담아두거나 휴대전화에 기록한 뒤 일일이 뜻과 용법을 찾아가면서 자료집을 정리했다.

그는 편찬 소감을 "혼자서 자료를 모으고 편집까지 하다 보니 맞춤법이 틀리거나 잘못 표기된 사례가 있겠지만, 내 고향의 토속 언어를 지키고 연구하는 데 참고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들어 젊은이들이 즐겨쓰는 인터넷 은어와 외래어로 인해 우리의 소중한 말과 글이 왜곡되는 듯해 안타깝다"며 "우리 말과 글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김씨는 지난 1974년 영동군청에 발을 디딘 후 노근리대책담당관, 투자유치과장, 학산·양산면장을 역임한 뒤 퇴직해 고향에서 포도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영동 / 손근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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