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난 개발 15년 외길 인생, 이종원 충북도농기원 화훼연구사

'난초 개발 30종' 수입원예 로열티 절감 '1등 공신'
"꽃이 좋아 시작한 일, 숙명이라 생각"

2013.09.22 19:04:29

처서가 지나면서 바람이 선선해졌다지만 '온실'이라 불리는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린다. 이곳에서 중년의 한 남성은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두꺼운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개이치 않고 실험에 몰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연구원이었다. 머리는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물들었으나 눈동자 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다.

ⓒ이주현기자
이종원(48) 충북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원. 토종 난초 개발에 15년 외길 인생을 걸었다. 그는 30종의 신품종을 개발해 화훼농가들이 수입산 원예에 지급하던 막대한 로열티를 아낄 수 있게 한 장본인이다.

그가 화훼연구사란 직업을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꽃이 좋아서다. 청주에서 태어난 그는 꽃이 좋아 산과 들을 벗삼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남들 다 고민하는 진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1985년 충북대학교 화훼과학과를 입학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직장도 술술 풀렸다. 첫 직장을 옥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보내다 1995년 충북도농업기술원으로 옮겼다. 이 연구원은 "운이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첫 만남에 스스럼 없는 대화가 오갔다. 집안 가정사부터 사내 이야기까지. 난생 처음 인터뷰에 신이 난 그는 개발하고 있는 연구물을 보여주겠다며 농업기술원 앞마당에 있는 비닐온실로 안내했다.

온실에 들어서자마자 수줍음이 많던 그가 '척척박사'로 돌변한다.

"이것은 '소엽풍란', 저것은 '풍란'이라는 꽃입니다. 꽃내음이 상당히 좋죠. 또 궁금한 게 있나요?"

척하면 척, 그야말로 똑소리가 난다. 물어보는 것마다 주저하지 않고 설명했다. 수십 종류의 난초를 줄줄이 꿰는 모습이 마치 노랫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듯 보였다.

품종 개발과정도 선보였다.

우선 핀셋으로 일일이 꽃잎을 따내고 수술을 제거해 암술만을 남겨 교배시킨다. 이후 씨앗 채취→저온처리→파종→발아 과정을 거친다. 2∼3년에 걸쳐 화색과 수량성 등 3차례의 까다로운 특성검정을 실시, 최종적인 품종을 선발하게 된다. 장미품종을 교배해서 최종 농가에 보급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무려 6년에 달한다.

특히 국내 기후조건에 맞는 꽃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고 한다. 선행 연구자료가 없는데다 유전자를 수집하고 품종을 교배하는 등 상품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이미 교배된 잡종 난도 많아 새 품종을 개발하기가 여긴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털어놓는다.

"품종 개발도 오래 걸리지만 미리 시장을 예측하고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커요. 그래도 안 할순 없죠. 연구원들의 숙명이니까요."

척박하기만 했던 원예시장에서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새 품종은 풍란, 핑크레이디, 온시디움 등 30개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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