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방지제 개발' 영동읍 이준섭씨

"과일나무 동해 더 이상 걱정마세요"
일라이트 가루 혼합 반죽 '얼지마 퍼터' 특허 출원

2013.11.21 11:33:05

팔순을 앞둔 영동의 한 촌로가 과일나무의 동해(凍害)를 막아주는 친환경 방지제를 개발해 화제다.

영동읍 계산리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이준섭(78)씨가 주인공.

영동의 이준섭씨가 개발한 동해 방지제 '얼지마 퍼터' 를 감나무 가로수에 덧씌우고 있다.

이씨는 광석인 일라이트(illite) 가루에다가 탈지면, 소금 등을 반죽한 동해 방지제 '얼지마 퍼터'를 개발, 최근 특허출원했다.

추위가 닥치기 전 반죽을 나무표면에 일정한 두께(5∼8㎜)로 발라놓으면 열 발산을 막고 외부의 냉기도 차단해 동해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월동 전 나무의 밑동에 수성페인트를 발라주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황토, 마사, 톱밥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바꿔가면서 효과를 분석하다가 지난해 일라이트 성분을 이용한 반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금속 흡착과 유기물 분해·탈취 능력이 우수해 '신비의 광석'으로 불리는 일라이트는 이 지역에 대량 매장돼 있다.

젊은 시절 페인트 회사에 일라이트를 납품했던 그는 그때 얻은 광물지식이 이번 제품개발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라이트 가루가 30% 이상 섞인 반죽은 동해 방지 효과뿐만 아니라 해충의 월동도 막아 나무를 건강하게 만든다"며 "탈지면 성분 때문에 반죽은 마른 뒤에도 갈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나무를 감싸게 된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예로부터 동해를 막기 위해 나무의 밑동을 볏짚이나 새끼줄로 싸맸다.

그러나 일손이 많이 드는 데 비해 효과가 떨어지자 수성페인트를 사용하는 농민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수성페인트는 햇볕을 차단해 나무표면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는 등 어느 정도 동해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학물질이어서 연거푸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씨는 애초부터 친환경 재료만으로 방지제를 연구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시제품이 나오자 그는 집 주변의 감 가로수에 이 제품을 직접 발라가면서 꼼꼼하게 월동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겨울 이 지역에는 전체 감나무의 20% 이상이 얼어 죽는 한파가 닥쳤지만, 그가 방지제를 발라둔 감나무는 한 그루도 해를 입지 않았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최근 집안에 믹서기 등 간단한 제조시설을 갖춰 제품생산에 나선 상태다.

4ℓ와 10ℓ용량의 제품을 만들어 주변의 농민에게 8천원과 1만6천원씩 받고 판매하고 있다.

이씨는 "'얼지마 퍼터'는 과수뿐만 아니라 조경수, 가로수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동해방지제"라며 "농민 스스로 효과를 확인한 뒤 사용하도록 한꺼번에 많은 양을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아들(52)과 함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할 회사 '얼지마'를 설립했다.

머지않아 이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장애인이나 저소득 주민 등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영동 / 손근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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