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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식생활 리포트 - ③ 전북 완주편

용진농협·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로컬푸드1번지' 우뚝
농가 조직화·계획 생산으로 지역농식품 활성화 선도
얼굴 있는 생산자, 안전한 먹거리로 자신감·책임감 채워
소비자들, 도농 상생·환경오염 줄이는 현명한 식습관 길러

  • 웹출고시간2024.04.28 15:12:51
  • 최종수정2024.04.28 15:12:51

지난 22일 농민들이 직접 재배, 포장, 진열한 제철 채소들이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진열돼 있다.

ⓒ 임선희기자
[충북일보] 저탄소 식생활을 가장 손쉽게 실천하는 방법은 바로 지역 먹거리인 '로컬푸드(Local Food)'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로컬푸드는 침체된 지역농가도 살리고 운송·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이동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의미하며 국가나 단체·협회마다 다르게 규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산물직거래법)'에 따라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자치구)에서 생산·가공된 농산물로서 해당 지역에서 유통·판매되는 것을 지역농산물'로 정의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농가 소득증대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측면에서 활성화됐으나 탄소 배출량, 즉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를 구매하고 싶어도 거주하는 지역에서 농식품이 생산되지 않는다면, 판매처가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로컬푸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을 꼽을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완주군 면적은 821.3 ㎢로 전북 전체 면적(8천78㎢)의 10.2%를 차지한다. 전북 14개 시·군 중 가장 넓고 인구는 올해 2월 말 기준 9만8천584명으로 다섯 번째로 많다.

완주군 용진농협은 2012년 4월 전국 최초 로컬푸드직매장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옛 완주로컬푸드㈜)은 2012년 10월 완주로컬푸드직매장 효자점을 개점하며 '로컬푸드1번지'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용진농협,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완주군으로부터 '완주로컬푸드인증'을 받은 것들이다.

농산물은 GAP(우수농산물) 잔류농약허용기준 이하 농산물로 463가지 검사를 거쳐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축산물은 무항생제, 유기축산, HACCP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가공품은 원·부재료를 완주로컬푸드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사용하고 함유 비율이 50% 이상 이어야 하며, 식품제조가공업 영업허가 시설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단, 완주군에서 생산되지 않은 원·부재료 함유 비율은 예외로 둘 수 있다.

지난 22일 완주로컬푸드직매장 효자점에서 완주산 검은콩(60%)로 만든 콩자반이 판매되고 있다.

ⓒ 안혜주기자
완주군민은 물론 전주시 소비자들까지 로컬푸드에 눈을 뜨고 선호하게 된 것은 자치단체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520여 농가(등록기준 900여 농가)가 700여 가지 품목을 책임지고 있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매하려면 전통적으로 '생산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점'을 거쳐야 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생산자-직매장-소비자'로 유통구조가 단순화된다.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12년 개장 당시 700여 명에서 현재 평일 1천22명, 주말 1천458명으로 증가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연 118억1천만 원에 이른다.

완주로컬푸드직매장 효자점에서 판매 중인 무농약 인증 상추가 당일(지난 22일) 생산, 진열, 판매되고 있다. 라벨에는 생산자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정보가 게재돼 있다. 해당 정보는 편집과정을 거치며 지웠다.

ⓒ 안혜주기자
용진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이 성공할 수 있던 것은 5가지 원칙을 철저히 준수했기 때문이다.

5가지 원칙은 △1일 유통, 당일 생산 △상품 품질과 정량검사·안전검사 △매일 출하 전후 잔류 농약 검사 △오전 8시 이전까지 판매 준비 완료(소포장·가격 표기·진열) △상품 기준 어긋난 불량제품, 용량을 속인 경우, 잔류농약 수치 초과 시 조치(1차 경고·당일 출하 금지, 2차 3개월 출하 금지, 3차 직매장 영구 퇴출)이다.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엽채류·버섯류는 1일, 과채류·근채류는 2일, 구근류·과일류는 4일, 건류·곡식류는 30일 동안만 진열·판매된다.

상추 같은 엽채류는 진열 기간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정확히 오전 8시 30분~밤 8시 30분 동안 팔리지 않는다면 2층에 있는 농가레스토랑 황금연못에서 손맛이 더해진 맛깔나는 음식으로 소비자와 만난다.

황금연못은 전체 식재료의 약 55%를 완주에서 생산된 농식품으로 채우고 있다.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운영되지만 맛과 영양은 물론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평균 방문객은 평일 70명, 주말 100명이 찾고 있다.

지난 22일 이중진(오른쪽) 용진농협 조합장과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유수연 점장, 변민우 부점장이 무농약 인증을 받은 제철 채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안혜주기자
이중진 용진농협 조합장은 "무늬만 로컬이어선 안된다. 제철 농산물이 없다고 판매대를 비워둬선 안 된다"며 "기존 유통구조가 몸에 밴 생산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려면 친환경 재배교육부터 출하방법 교육을 통해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느끼도록 농협이나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로컬푸드직매장 5곳(효자·모악산·하가·둔산·삼천점)과 농가레스토랑 모악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3시께 찾은 로컬푸드직매장 효자점은 수십 명의 소비자로 북적였다.

소비자들이 몰린 코너는 역시 봄철 입맛 돋우는 채소 판매대다. 소비자들은 두릅, 취나물, 옻순 등 봄나물부터 상추, 애호박, 오이, 딸기, 토마토, 쪽파, 양파 등을 꼼꼼히 살폈다.

1차 농산물 외에도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각종 장류와 콩자반·장아찌 같은 반찬류, 콩나물, 두부, 간편식, 차(茶)류, 과자, 소스류, 식혜, 치즈·요구르트 등 각종 유제품도 완주에서 가공된 농식품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봄을 알리는 쑥으로 만든 떡과 보존료, 방부제, 유화제를 넣지 않고 우리밀과 우리쌀로 만든 빵은 소비자들의 손을 거쳐 장바구니에 올라탔다.

효자점에서 만난 소비자 이 모씨는 "신선한 제철 채소와 과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주 2회 방문하고 있다"며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약이나 방부제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지역 농가들과 상생할 수 있어 돈을 쓰고도 돈을 벌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농협 조합원이 아닌 농민들에게도 판로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1천348명의 조합원과 가공업체들이 900여 품목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312억 원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매장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290억 원이 농가에 돌아갔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로컬푸드직매장과 함께 지역농업 활성화와 소농·가족농·고령농의 지속가능성과 판로 개척을 위해 완주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유전자변형식품(GMO) 식품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한식뷔페인 농가레스토랑 행복정거장 모악산점을 2012년 선보였다.

농가레스토랑 행복정거장 모악산점은 현재 식자재의 89%를 완주에서 생산된 농식품으로 채우며 건강한 외식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얼굴 있는 이름 있는 생산자'가 생산한 '안전한 지역먹거리'라는 신뢰가 쌓여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한상훈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사무국장이 지난 22일 전주시 덕진구 소재 조합 사무실에서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으로 농가 조직화와 계약재배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 임선희기자
한상훈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농가 조직화, 계획재배를 통한 다품종 소량 생산, 안전성 확보, 제품 진열 기간 단축, 합리적인 가격'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가 조직화와 계획재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 사무국장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1호 매장인 효자점 전 계획재배와 농가 조직화에 5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며 "농가 조직화가 이뤄지고 시기별로 필요한 농산물을 심게끔 유도를 해줘야 다양한 지역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운영하던 직매장인 전북혁시도시 소재 전북삼락로컬마켓은 (재)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에서 운영을 맡았다.

전북삼락로컬마켓에는 완주뿐 아니라 전북지역 760여 개 농가가 생산한 농식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6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2일 완주로컬푸드직매장 효자점에 농민들이 직접 재배, 포장, 진열한 제철 채소가 풍성하게 진열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 임선희기자
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는 이곳에서 전북삼락로컬마켓과 함께 농가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완주농산물사용업소인 농가레스토랑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화학조미료와 유전자변형식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취재진이 방문한 낮 12시께 전북혁신도시 입주기관 직원들과 주민들로 만석이었다.

성인 1명 기준 1만4천 원에 돼지고기 수육과 돼지고기 고추장불고기, 상추와 양배추쌈, 새송이버섯 숙회, 파프리카가 들어간 무쌈, 버섯탕수, 시래기지짐, 참나물무침, 무생채, 콩나물무침, 김밥, 잡채 등 20여 가지가 제공됐다. 후식으로 술빵과 곰보배추차도 제공됐다.

농가레스토랑을 찾은 직장인 서모 씨는 "맛도 좋지만 지역농산물로 차려져 믿을 수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지인들이 오면 소개하고 싶어 종종 찾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안혜주·임선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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