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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미투' 외쳤는데 "여자는 피하자" '미투' 이후 또다른 차별

오늘 '110회 세계여성의 날'
의도적 배제하는 '펜스 룰' 부상… 채용감소 우려
"자정 노력"-"또 다른 차별" 갑론을박
전문가 "젠더적 감수성 키우는 게 중요"

  • 웹출고시간2018.03.07 21:00:00
  • 최종수정2018.03.07 19:47:18

편집자 주

8일은 110회 세계여성의 날이다. 지난 1908년 작업 중 숨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궐기한 날로, UN은 지난 1975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확산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부작용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운동이 여성들에게 미칠 우려에 대해 알아본다.
[충북일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여성의 취업문이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성들이 회의나 회식 등 공적 자리에서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여성 기피 분위기 때문이다.

또 과거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폭력 등을 폭로한 여성을 따돌리는 2차 피해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애초에 여성과 접촉을 삼가해 성폭력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의 '펜스 룰'이라 불린다.

문제는 펜스 룰이 직장 여성들의 인사, 채용, 승진 등 경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취업을 앞둔 젊은 여성들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되레 채용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취업 준비생 함모(25·청주 복대동)씨는 "미투 운동 취지와 결과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직장 내 남성들의 태도는 여전하고 오히려 여성들을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준생 입장에서 보면 면접에서도 여성보다는 남성을 더 선호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에서는 남성들의 '자정 노력'이라는 의견과 '또 다른 차별'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7일 한 포털 사이트의 미투 운동 관련 기사에는 '남자들의 생각 판단 따위는 필요 없다, 잘못 터치하거나 말 섞으면 범죄자가 된다', '여성과는 항상 1m 이상의 이격을 유지해야 한다. 스쳐도 안 된다', '내가 직장 상사라도 무서워서 여직원 상대 안 한다' 등의 불만 섞인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그중에는 '일부 변태남 때문에 남자들이 여자 눈치만 보고 살아야 되냐'며 '똑같은 사람인데 적당히 하자, 남자들이 차별 더 받고 사는 세상이 된 지 오래'라는 등 역차별에 대한 시선도 있었다.

반면 '미투 운동이 확산됐다고 왕따를 시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핵심은 여성들에게 잘못할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여성들을 평범한 인격으로 보는 게 그렇게 어렵나' 등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수애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직장 내 남성들이 과도한 우려나 긴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펜스 룰은 여성을 향한 또 다른 차별이자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이사는 "중요한 것은 평소 여성들을 성별의 관점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채용이나 인사에 있어서도 업무에 대한 부분만 평가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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