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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27 17:17:05
  • 최종수정2014.01.27 18:19:04

장우심

영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날을 의미하며, 새로운 시작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즐겨 불렀던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라는 동요가 생각난다. 그리고 설날은 평소와는 달리 푸짐한 음식과 설빔이 이었고, 많은 친인척과 어른들께 세배 드리고 세뱃돈 받아 복주머니에 넣으며 어린 마음에 기뻐했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설 명절이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많은 이들은 고향을 찾아가고, 많은 이들은 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분주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은 명절이 되어도 찾아오는 이 한 사람 없는 쓸쓸한 명절을 맞기도 한다. 우리는 한 해 동안 감사한 분들과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선물을 준비할 때 과연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불우한 이웃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상대적 빈곤감과 소외감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점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불경기로 지역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단체에 접수되는 불우이웃돕기 기금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들 한다. 사회복지분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많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얼마 전 우연히 접한 사연들은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속해 있는 충북 영동의 전통시장에서 풀빵을 굽는 아주머니가 500원짜리 동전이 생길 때마다 저금통에 모은 51만원을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영동읍사무소에 기탁하였고, 개인용달 영동군지부에서도 십시일반 모은 33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의 명절 나기를 위해 써달라고 하였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설을 며칠 앞둔 엊그제 26일, 별세하신 위안부 피해자이신 황금자 할머니께서는 생전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면서 모은 1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셨다. 그 돈은 평생에 걸쳐 빈 병과 폐휴지를 줍고, 난방비를 아껴가며 모은 돈이라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사시던 임대 주택의 보증금 등 3천만원을 더 기부해달라고 유언하셨다고 한다. '과연 나라면 그 분들처럼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고 몇 번이고 생각해보게 한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신다는 것은 춥고 혹독한 겨울 날씨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햇살마냥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이른다. 초기 로마 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이 말은 많이 가진 자일수록 더 많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가진 자들은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아보고, 함께 나누는 설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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