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역기능(逆機能)

2024.09.29 16:46:33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생활의 편리함이 인간의 본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50~60년 전만해도 농경사회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현대인들이 소유한 문명의 이기(利器)인 스마트 폰은 소통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스마트폰과 잠시라도 떨어져있으면 허전하고 불안하다. 통화는 물론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 북으로 분초를 다투며 소통을 하고 있다. 청첩장과 부고도 SNS를 통해 전하고 축의금이나 부의금까지도 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선물이나 축하화분도 스마트 폰으로 보내고, 먹고 싶은 음식도 집으로 배달하여 먹고 있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도 전자금융으로 이루어진다. 손주들에게 용돈도 카카오 pay로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다.

여행을 떠날 때면 필수품으로 챙기던 카메라는 사진작가나 메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뿐인가 지도 검색을 하면 어느 곳이든 쉽게 찾아가고 유명한 맛 집이나 카페도 검색하여 찾아다닌다. 모르는 것을 검색만 하면 모든 것을 금방 찾을 수 있고, 모임도 알림방을 통해 공지하며 소통하고 있다. 외출해서도 집안의 전자제품을 원격조정 하여 냉난방은 물론 밥을 할 수도 있고, 식당에는 AI가 종업원역할을 하고 있다.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면 해외까지 소통하며 편리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농경사회는 몇 십리 길은 걸어서 다녔는데 이제 마이 카 시대가 되어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은 조금만 늦게 들어가면 주차할 곳이 없다. 좁은 골목길도 주차장으로 변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음식점이나 카페는 영업이 안 될 정도이다. 인체구조가 걷게 되어있고 걸어서 생활해 왔는데 별도로 시간을 내서 걷기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겨야 한다. 주택 구조도 생활이 편리한 아파트만 늘어 간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데다가 익명성을 선호하는 것 같다.

편리한 아파트의 층간 소음문제로 다투다가 살인까지 일어나니 우리전통 주택에 담장이 있었던 것처럼 층간도 담장역할을 해야 하는데 건축법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집안의 냉난방은 물론 TV, 냉장고, 전기밥솥을 비롯한 주방기구 등이 너무 편리하고 좋아졌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은 점점 멀어지고만 있다. 문명의 이기로 생활은 편리해 졌지만 인간의 본성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기계문명이 차지해 가고 있다. 식물이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도 뿌리인 조상을 잘 섬겨야 하는 것인데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조상의 기제(忌祭)마저 안 지내려고 하는 풍조가 있다고 한다. 조상의 은덕(恩德)을 추모하는 전통문화까지 내 팽개치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배은망덕한 풍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에 젖어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따뜻함에 취하여 자신의 몸이 삶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편리함이 우리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현대인은 스스로 자각 하여야 한다.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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