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기자
사진 = 2025년 새해 아침, 어둠이 뒤덮인 동해를 뚫고 희망 가득하고 기운찬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나라와 국민의 주권을 되찾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돈의 상태다. 지난해 12월 3일 45년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탄핵정국속에 지난달 29일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혀 있다. 국민의 주권을 되찾은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엔 국민이 행복한 삶을 되찾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재도약하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 강원도 양양 동해에서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뜬 눈으로 새해를 맞는다. 먹새벽이라 그런지 아직 어둠이 가득하다. 애기먼동을 기다리며 창문을 연다. 바람이 차갑게 훅 들어온다.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창밖을 보니 아침노을이 보인다. 아직 햇덩이가 온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구름 사이로 새아침이 탄생한다. 시작과 끝은 명확하지 않다. 어디에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묵은 날이 가고 새날이 밝는다.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새해가 밝았다. 2025년 1월 1일, 세상을 새롭게 본다. 2025년은 취소되지 않았다. 어려운 걸음으로 타박타박 다가왔다. 다기오기 힘들었던 만큼 단단하고 강하다.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갖가지 갈등과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정치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모두 욕심 때문이다. 탐진치(貪嗔癡)가 원인이다. 끝없는 욕심과 어리석음이 난국을 초래했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의 본성이 회복돼야 나라가 산다. 세상은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이다. 혼탁하다고 희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온 세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다. 너무 빠르고, 너무 아프다. 새해에는 각박한 마음들을 접어두자. 모두를 아우르는 넉넉한 심성을 갖자. 옛사람들처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낭만을 즐겨보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에서 새로움을 찾자. 그런 밝은 지혜를 회복하자.
새해 첫날의 정갈한 시간이다. 결의와 소망 하나를 내건다. 차가운 대기 속에서 흰 입김을 뿜으며 새 출발의 기지개를 켠다. 내 마음도 희망으로 출렁인다. 새로운 날의 시작이어서 고민이 크다. 새로운 바람이 차갑게 모여든다. 새해 새 바람이 강하게 볼을 때린다. 새 시간이 시작된다. 겸허하게 세월을 받아들인다. 빛에 물든 구름떼가 칠보로 반짝거린다. 빛의 찬란함에 물의 영롱함이 합쳐진다.
묻는다. 새해가 뭔가. 본질이 무엇인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하루의 모습은 어제와 오늘이 그리 다르지 않다. 매일의 일상이 데자뷔와 같다. 새해라고 다르지 않다. 관성이 힘을 잃는 순간 올해를 연장한 내년은 무의미하다. 미래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각자의 궁리가 모여야 변화가 만들어진다. 육감이든 예측이든 절실하면 바뀐다. 순리든 적응이든 가능하다. 오늘부터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새로운 도덕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완벽한 체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개혁과 대중의 신뢰 회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지될 수 있다. 권력이란 덧없이 짧다. 영원한 전지전능은 국민뿐이다. 국민만이 언제나 분노와 심판의 힘을 갖는다. 꿈틀거리는 민심을 되찾을 길은 단 하나다. 모든 정치의 정답은 민심의 현장이다.
옥석을 가릴 시간이 왔다. 진짜와 가짜가 드러나는 때가 온다. 썰물 때가 되면 모든 게 드러난다.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난 일을 복기해야 한다. 물론 처참했던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무안공항 참사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의 참혹함이 다시 또 내일의 실패가 돼선 안 된다. 아플수록 들여다보고 복기해야 한다.
현인의 통찰은 현명하다. 하지만 감탄만 해선 변화를 이끌 수 없다. 나의 삶에 깊숙이 넣어 다시 새겨야 한다. 늘 잊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게 타일러야 한다. 그러면 수려한 암릉 뒤의 검은 하늘이 밝아진다. 깜깜한 밤이 탁 트인 세상으로 옮겨진다. 어제가 벌써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맑은 햇살을 보려면 폭풍우를 받아들여야 한다. 공기가 다른 새해를 맞는다.
글=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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