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아름다운 대한민국

2024.12.02 14:47:40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단풍이 곱게 물든 만추(晩秋)의 정취를 느낄 때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조상님과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동토(凍土)의 땅에서 계절의 변화를 모르고 겨울만 있어 웅크리고 살아가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체온을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살아가는 아·열대지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민족인가. 겨울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나라로 눈 관광을 와서 함박눈을 맞으며 스키를 즐긴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자긍심을 갖게 된다.

앙상한 나목과 꽁꽁 언 땅에서 새봄이 되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진달래 개나리가 봄소식을 전하면서 벚꽃이 만발한 길을 걸으며 봄나들이하는 가족의 화기애애한 모습과 축제들이 온 나라를 물들이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시냇가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나무꾼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던 모습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봄소식을 알리는 어린이들의 소풍은 밤잠을 설치며 기다리던 추억이 담긴 풍경이다. 연두색 실버들이 봄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아기 손 같은 잎이 나오면서 봄나물을 뜯는 아낙네와 온 세상이 녹색의 싱그러운 여름으로 이어진다. 녹음이 온 산하를 물들이는 신록의 계절이 되면 참외, 오이 토마토를 비롯한 여름 채소와 과일이 익고 원두막에서 참외 수박을 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모내기를 할 때면 아낙네가 새참을 머리에 이고 나와 논두렁에서 맛있게 먹던 모습은 이제는 보기 힘들다. 여름밤 시골 초가집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찐 감자와 옥수수를 먹으며 모깃불 연기를 쬐이던 어린 시절도 떠오른다. 농사일로 흘린 땀을 등목하던 농부들이 시원해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피해 외손자들과 계곡으로 들어가면 숲이 우거진 맑은 냇물에서 물놀이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에겐 가장 좋은 피서이다.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은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들판과 코스모스 꽃길이 아름답다. 밤송이가 알밤을 선보이고 대추가 익어가면 송편을 곱게 빚어 추석 차례상에 올리고 성묘를 다녀오는 모습도 아름다운 미풍이다. 예전에는 낫으로 벼를 베어 탈곡기로 털었지만 지금은 농기계가 들판을 돌며 탈곡을 하는 모습이 너무 편리해 보인다. 올해는 여름이 너무 길어서 가을이 뒤로 밀려 늦단풍이 너무 진하고 화려하였다. 가로수의 단풍이 샛노랗게 물들어 너무 예쁘다.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보도를 덮으면 귀빈이 된 듯 산책길이 즐겁기만 하다. 과수원의 사과가 익어가면 가을은 절정에 달한다. 계절마다 입맛을 돋우는 과일들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계절마다 지역 특색을 알리는 축제가 열려서 삶의 활력소가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 되면 겨울 양식인 김장을 담그고 겨우살이 준비를 하고 나면 하얀 눈이 펄펄 날려서 동화같은 세상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사계절이 뚜렷하였기에 우리 조상들은 시절을 노래하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인 시조를 지어 낭만을 즐기며 감성이 풍부한 삶을 살고 가신 복 받은 대한민국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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