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2023.04.11 16:07:52

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으레 공문으로, 메신저로 전달되는 사항이 있다. 해가 바뀌었으니 다시 연수를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으로 정해진 수많은 주제의 연수를 포함하여, 업무를 위해 이런저런 연수를 들어야 한다는 안내가 학년 초 수업하랴, 생활 교육하랴, 상담하랴, 업무 처리하랴 등등으로 분주한 선생님들의 일과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바쁜 일과시간을 쪼개서 연수에 참여하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음은 물론이다. 특정 주제의 연수는 연수 내용이 별 차이 없이 대동소이함에도 해마다 반복, 강제되고 있어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물론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라든가 원하는 주제가 아닐지라도 연수에서 새로운 정보나 도움을 받는 경우는 적지 않다.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늘어난 대면 방식의 연찬회, 워크숍에 참석하여 들어보면 학교 교육이라든가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얻는 강연을 종종 만나곤 한다. 최근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는 사람들의 마음 건강에 대하여 깊이 있는 분석과 설명을 해 준 강사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강의가 끝난 후 일부러 찾아가 좋은 강의 잘 들었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의무적인 참석이었지만 훌륭한 강사에 의해 만족스러웠던 연수였다.

요즘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연수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의 심리발달과 장애 현상을 주제로 한 15차시 연수다. 매년 혹은 몇 년 주기로 한 번씩 반드시 듣도록 법으로 정해진 강제 연수 중 하나로, 일과시간에 틈을 만들어 접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동일한 주제 영역으로 이미 반복해서 들었던 기존의 연수와는 다른 새로운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다. 현장의 실제적인 필요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 변화가 관심을 집중하도록 이끄는 것인지 혹은 요즘 내가 그런 주제에 몰두하고 있어서인지 분간하기는 어렵지만, 필수로 들어야 하는 연수일수록 더욱 쓸모 있음을 입증하는 연수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학급이나 학년 또는 학교 단위의 집단으로 인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고 다가갈수록 학생들이 보여주는 특성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지고 넓어진다. 요즘 4월의 햇살을 받아 꽃대를 올리는 화초나 망울을 터뜨리는 꽃나무들을 보더라도,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화단 전체를 바라보면 그저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광경이겠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그 하나하나를 놓고 살피면 꽃의 모습이며 크기와 색깔이며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장면들까지 각자 자신의 모양과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생들 중에는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응원을 보내게 만드는 학생 또한 섞여 있음을 간과하지 못한다.

이번 온라인 연수는 바로 그런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다가감의 폭을 넓히는 데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들었던 대부분의 법적 연수는 솔직하게 의무적으로 참여했을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관련 책까지 검색할 정도로 열중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새로이 접한 어떤 용어에 대해서는 전문상담선생님에게 자료를 부탁하여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행동이나 언어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선생님들의 지도에 반응하는 모습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의 어떤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의미에 관심을 보내며, 받아들임의 폭이 넓어지고 있음도 확인하게 된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연수라면, 바쁜 일과를 쪼개 시간을 내야 하는 연수라면 클릭하는 마우스에 집중하기보다 연수 자체에 몰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선택의 폭은 당연히 넓어져야 하거니와,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적용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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