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른에게도 힘든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는 명제를 아이들이라고 이해하기 쉬울까. 발달 시기상 자기중심성이 강하기에 교실에서 함께 지내기 위해 꼭 가르쳐야 하는 내용이 바로 '다름'이다. 이해를 위해서는 설명보다 경험이 빠르다. 어떻게 하면 마음으로 느끼는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그림책 <근데 그 얘기 들었어?, 밤코, 바둑이 하우스>는 소문에 관한 책이다. 마을에 이사 온 정체불명의 누군가와 마주친 두더지는 이에 관해 소문을 내게 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소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처음 읽어줄 때는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이야기만 들려주며 '그림 받아쓰기' 활동을 진행한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것을 그림으로 그리면 된다. (혹시 주변에 펜과 종이가 있다면 함께 그려 보자) 무당벌레가 다람쥐에게 이사 온 동물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누가 이사 왔는데, 네모난 몸에 둥근 얼굴에 가시가 뾰족뾰족 돋았대!" 그 말을 듣고 다람쥐의 머릿속에 어떤 모습이 떠올랐을지 그림으로 표현한다. 다 그리면 주변 친구들과 그림을 비교해보도록 한다. 어떤 아이는 얼굴 가득 가시를 그리기도 하고, 다른 아이는 고슴도치처럼 몸통에 가시를 그리기도 했다. 가시의 개수도 모양도 다르고, 누구의 그림에는 다리가, 누구의 그림에는 꼬리가 그려져 있다. 무슨 동물인지 알 것 같다며 장수풍뎅이를 그리기도 했다. 그림을 보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왜 그렇게 그렸는지 물었다. "너는 왜 얼굴에다 가시를 그렸어?" "나는 가시가 얼굴에 났다는 뜻인 줄 알았어. 너는?" "아! 나는 가시가 뾰족뾰족 난 동물은 고슴도치인 것 같았어. 네모난 몸이 되도록 하려고 살찐 고슴도치처럼 그렸어." 한참 웃으며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우리가 그린 그림이 다 다르구나' 하는 배움이 일어난다. 분명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그렸는데 모두가 다르게 그렸다.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던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경험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궁금하다. "도대체 왜 다른 거예요?" 들을 준비가 된 아이들에게 찬찬히 설명을 시작한다. 수업 이후 아이들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는지, 자주 서로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이게 어떻게 보여?" 다르다는 것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학교에는 법정 의무 교육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교육이 많이 있다. '장애인식개선교육', '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 …. 가만히 들여다보다 문득, 이 모든 교육의 뿌리는 같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서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배운다면 서로 성별이 다르다고 미워하지 않고, 생각이 다르다고 폭력을 쓰지 않으며, 생김새, 피부색,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모두가 다른 세상에서는 차별이 없을 테고, 그 다름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폭력도 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반 학급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름'이다. '네모난 몸에 둥근 얼굴에 뾰족뾰족 돋은 가시'. 가끔 짧은 하나의 문장이 긴 설명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다. 설명보다는 경험할 수 있도록, 그래서 진짜 이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른의 몫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