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충북 미술계의 최근 뜨거운 감자는 도립미술관 건립이다. 지난 2024년 11월 7일 충북미술협회가 '충북도립미술관 건립 토론회'를 열고 도민을 대상으로 미술관 건립에 대한 공감대를 모았고 지난 12월 26일 김영환 충북지사가 '문화의 바다 그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도립미술관 조성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충북지역에서 운영되는 공립 미술관은 총 6곳이다. 청주에 국립미술관인 현대미술관 청주관을 필두로 도립 숲속갤러리, 시립인 청주시립미술관과 한국공예관 4곳이 있고 충주 시립 관아갤러리와 진천 군립 생거판화미술관 등 북부권과 중부권에 1곳씩 분포한다.
충북 출신 혹은 거주하는 미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와 유형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전시하기에는 부족한 공간이다.
분석 데이터도 이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문화시설 수요 정보(2023)'에 따르면 충북의 미술관수요지수는 56.52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8번째를 기록했다.
이 자료에서 수요지수는 각 지역의 문화기반시설 특화 정도를 의미한다. 즉, 미술관 인프라 수준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충북 미술사 발굴과 연구, 도 차원에서의 신진 발굴과 지원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거점 미술관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북은 윤형근, 강익중, 김복진 등 뛰어난 예술가를 배출한 지역이지만 이들을 비롯해 지역 미술인 발굴과 미술사 정리 작업을 해오지 못했다.
예술인 뿐만 아니고 도민들에게도 미술관이 필요하다. 미술관은 도민에게는 문화체험 공간이자 학습공간이면서 문화예술 창조력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국공립미술관은 지역 미술 발전을 견인하는 주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은 누구나 떠올리는 전시회장이라는 기능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형식의 강좌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며 학예연구실을 통해서는 지역의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 지역 작가의 가치있는 작품을 꾸준히 발굴해 소장하며 미래세대에 전달하기도 한다.
22일 기준 지역 거점 공립미술관은 전국에 11곳이 존재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해 5곳의 광역시립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대구미술관·대전시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 5곳의 도립미술관(경기도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이 있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지난 2005년 한 사업가가 운영하던 사립 미술관이었던 송암미술관과 고미술품을 기증받아 2011년 인천시립송암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인천광역시는 첫 '시립' 미술관 건립에도 시동을 걸었다. 미추홀구 학익동 573 일원에 첫 시립미술관과 기존 시립미술관, 박물관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플랫폼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에 나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비롯해 오는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광역시·도립 미술관이 없는 지역은 충북, 강원, 경북, 충남 등이다.
충남도는 지난 2024년 10월 충남 홍성군 신경리에 충남도립미술관 공사를 착공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지난 2023년 경북도립미술관 건립 자문위원회가 출범했고, 경북도청 신도시 내 부지(예천군 호명면 산합리 1499)에 건립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강원도 문화예술계에서는 지난 2006년 9월 강원도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꾸준히 도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다.
이렇듯 충북과 세종을 제외하고는 건립을 추진하고 있거나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미술인들의 문화예술역량을 높이고 도민의 문화예술향유 기회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는 충북도립미술관을 건립해야한다는 지역 문화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문현 충북미술협회장은 "단순히 다른 지역에 미술관이 존재하므로 충북에도 도립미술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아니다"라면서 "미술관은 동네마다 동사무소가 있듯, 편의 시설로 문화생활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북이 타 시도에 비해 문화적 환경과 욕구가 적지 않은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도립미술관이 없다는 점에서 미술관건립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