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정방사에서 떡국 공양어느 해 설날 금수산 정방사를 방문했다. 설을 맞은 산사의 햇살이 따스하다. 법당 부처님께 세배를 드리고 청풍호 경관을 조망하는데 공양주보살님이 따라온다. 떡국 공양을 하라는 말씀이다. 믿음이 얇은 나는 기름기 없는 떡국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대뜸 감사히…
요즘은 혼자 노는 게 유행인가 보다. 다저녁때 외출하는 아들에게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고 하니 대답을 선뜻 못한다. 다시 물어보니 "혼자 놀아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뜨악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본 아들은 뜸을 들이다 PC방에 간다고 털어놓는다. 새로 나온 '디아블로3'은 집에선 속도가 느려 할 수 없는 게임…
계사년 뱀띠 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구나 생각하니 서글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세월에 순응하며 살아야 할 나이가 아니던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면서도 그게 쉽지 않은 소갈씨. 내일 새해를 깨끗한 마음으로 맞기 위한 준비로 모두가 분주하다. 소갈씨…
옷장 앞에서 한참을 주춤거린다. 막상 차려입으려니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 여러 옷을 꺼내 몸에 대보지만 한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옷이 없는 건 아니다. 해마다 한 벌 두 벌 사들인 옷이 몇 벌인가. 언제 어디서든 '단아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심정에 옷 타령이다. 나의 옷 타령은 여성의 대부분이…
내가 처음으로 책을 만들어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국어 선생님이 개인 문집 만들기를 과제로 낸 것이었는데, 그 경험은 매우 소중한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다. 어떤 내용을 실어야 하나? 문집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크기는 어떻게 할까? 표지는 어떻게 할까? 어느 하…
내가 사는 곳은 변두리지역이어서 큰 발전이 없는 곳이다. 30여 년 전 집을 장만할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 상권이 형성되기 어렵다. 몇몇 집이 1층에 상가를 내고 임대를 주곤 하지만 크게 주목 받거나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우리 집 길목에 있는 건물 아래층 식당도 주인이 여러 번 바뀌…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여 나만의 소중한 책으로 펴내는 '1인 1책 펴내기' 사업을 청주시에서 시작한 지가 올해로 일곱 번째이다. 초등학교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시와 수필, 소설, 콩트, 만화, 여러 장르의 책 백오십여 권이 올해도 출간되어 전시된 결실을 보니, 그 진행과정의 업…
해마다 24절기 중 첫눈이 내리는 소설(小雪) 무렵이면 가슴 한곳이 시리고 아파지는 그리움의 늪으로 빠져든다. 남편이 공직생활을 마감할 무렵 서울 본부에서 근무할 때 조그만 오피스텔을 마련하여 내 나이 이순에 어설픈 신접살림을 할 때였다. 오빠가 "놀라지 말고 내려오라."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식을…
오후 여섯 시, 회식이 있다는 남편의 전화에 스르르 긴장이 풀린다. 일단 오늘 저녁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처럼 의자에 깊숙이 접혀 있던 몸을 펴고 나오니 부슬부슬 늦은 가을비가 내린다. 작정했던 것도 아닌데 마치 내 마음속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핸들이 빵집으로 기운다. 집에 오니 마침 딸애도 빵…
창밖에 노을이 번진다. 나의 시야도 붉게 물들인다. 잠시 시름을 내려놓는다. 그것도 잠시 검은 생명체가 흔들거리며 눈앞을 가린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거미가 널뛰듯 줄을 타고 있다. 거미도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다 귀가를 서두르는 것일까. 붉은 노을은 하루가 저물고 있다는 증거이다. 어서 집으로 돌…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나를 찾아왔다. 그를 만나는 날 아침, 왼쪽 새끼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마치 가느다란 침을 가지고 손가락 관절을 찔러 살살 돌리는 것처럼 '찌리릿 찌리릿' 했다. 옷을 입다가 소맷자락이 스치면 절절한 통증은 손가락 끄트머리부터 어깨까지 고압 전기에 감…
파란 하늘이 높기만 하다. 오곡 무르익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산을 오르는 발걸음도 가볍다. 마냥 푸르기만 하던 나뭇잎도 이제는 모든 욕심을 벗어던지고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설악산 대청봉엔 이미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이 곳 중부 지방도 곧 단풍 소식이 전해 올 게다. 오늘은…
"분명 노래가 들렸었는디?"먼저 전화를 건 친정어머니가 대뜸 혼잣말로 하신 말씀이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어 머뭇거리자 네 전화가 맞는 거냐며 의아한 듯 재차 물으셨다. 뒤늦게야 얼마 전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 통화연결 음을 다시 설정해 놓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예전과 달리 단조로운 기계음…
어린 시절 야트막한 우리 집 담을 타고 올라간 그 식물의 열매는 '유주'라고 불렀다. 그때는 토종식물로 담장 위에 예쁘고 독특한 황금색 과실 모양이 완숙된 후 벌어진 사이로 빨간 육질에 싸인 달콤한 씨를 무엇에 먹는 것인 줄도 모르고 먹었던 추억을 많은 사람 이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녀는, 내가 어려서 보…
며칠 내내 벼르던 수건을 바꾸기로 한 날이다. 서랍을 여니 행사 때마다 받아온 새 수건이 족히 20장은 넘을 것 같다. 석유냄새를 없애려고 큰 양동이에 자투리 비누조각과 수건을 넣고 푹푹 삶았다. 색 색깔의 다양한 새 수건을 빨아 빨랫줄에 널고 나니 베란다가 다 환하다. 오늘따라 날씨까지 보시해 모시 천…
나는 걷기를 아주 좋아한다. 어디서든 틈만 나면 걷는다. 체력이 되는 한 허벅지가 뻐근해지는 고통이 느껴질 때까지 걷기를 갈망한다. 길 위에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도 원 없이 풀어놓길 원한다. 무엇보다 걷기의 절정에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과 요동치는 삶의 속내를 읽고 싶은 거다. 묵묵히 걷고 있으면 내가…
실레골 김유정 문학관에 도착했다. 생가 마당은 비를 맞아 한결 싱그럽고 「봄봄」이나 「동백꽃」내용을 형상한 구조물이 재미있게 배치되어 있다. 작품을 읽은 학생들은 더 재미있어 할 것이고, 어린이들에게 엄마가 설명하기도 편할 것 같다. 담장 아래 동백나무를 심어 마치 김유정 문학의 전부인 것처럼…
서리가 내린다는 백로가 지났으니 기승을 부리던 잡초도 맥을 못 출 게 뻔하다. 바지런한 사람들은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마친 사람이 많은데 아직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김 영감의 마음은 스산하기만 하다. 이웃집 오 영감네는 이번 일요일 서울 있는 아들 삼 형제가 내려오고 인근에 사는 집안이 모여 벌초를…
저녁상에 찰밥이 올라왔다. 여름 찰밥은 보약보다 낫다고 한다. 무더위를 비틀거리며 견디어 낸 나를 배려한 아내의 마음이다. 밤 대추 잣 같은 보가 될 만한 약재들을 넣어 지어낸 정성이 고맙다. 그런데 정작 입맛을 돋우는 것은 찰밥보다 노각무침, 노각냉국이다. 찰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고, 매콤…
꿈결인지 생시인지 장대비가 쏟아지는 요란한 빗소리에 놀라 단잠을 깼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니 어둠 속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빗줄기는 보이지 않고 하늘에서 마치 폭포수처럼 내리붓는다. 가을장마란 말이 낯설기만 했는데 지금 나는 정말 실감 나는 가을장마를 바라보고 있다. 비가…
10년 동안 입었던 카디건 색깔이 바랬다. 옅은 색이라 때가 잘 타는데 군데군데 얼룩이 생기고 물이 빠져 초라해 보인다. 남들이 알면 10년이나 입었으면 이젠 버려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나는 이 카디건이 참 마음에 든다. 워낙 스웨터를 잘 입는 내 옷장에는 카디건만 10장이 넘는다. 그중 미색 스웨터를…
요가 동작을 따라하며 언뜻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푸르다. 푸름 속 내 마음도 잠겨 짙푸르다. 마치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을 옮겨 놓은 듯하다. 그리운 풍경을 이국에서 원 없이 바라볼 줄 누가 알았으랴.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는 절경이다. 나에게 휴식을 색채로 말하라면, 단연코 푸른색이다. 동작은 계속 이…
시험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영주가 인자와 함께 왔다. 인자는 치아 교정기를 감추느라 어색한 웃음이 흘러내린다. 용건은 인자에게 있는데 영주는 그냥 함께 와 준 것 같다. 웃고는 있지만 인자 얼굴이 창백하다. "무슨 일?"나는 빨리 용건만 간단히 말하라는 표정으로 인자 얼굴을 바라보았다. 쭈뼛쭈뼛 말을…
잠에서 막 깨어나는 산천은 고요하기만 하다. 암반 위를 도란거리며 흘러가는 물소리도 정겹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그 정적에 압도되어 가만가만 걷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어둠이 완전히 걷히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부지런한 농부는 일을 해도 한참 했을 시간이지만, 단양 팔…
꽃집 뜰 소복하게 내놓은 작은 꽃들의 풋풋함에 걸음이 멈춰졌다. 평소 야생화에 푹 빠져 있던 친구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이름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손톱만 한 별모양 빨간 꽃이 조롱조롱 핀 화분을 어느새 들고 서 있다. 나보고도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보라고 채근이다. 친구처럼 꽃 핀 화초에 손이 가려…
[충북일보] 항공정비(MRO)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 중인 청주국제공항 인근 에어로폴리스 개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충북도는 에어로폴리스 1·2·3지구를 묶어 항공산업 혁신성장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19일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과 북이면에 에어로폴리스를 조성하고 있다. 1지구는 13만2천231㎡(4만평) 규모로 조성 공사가 완료됐다. 경자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3개 필지 중 2개가 헬기 정비업체에 분양됐다. 2019년 10월 도와 투자협약을 맺은 이들 업체는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충북경자청은 남은 산업용지에 관련 업체 유치하기 위한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2지구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면적은 40만9천917㎡(12.4만평)이다. 이주자 택지 조성도 마친 상태다. 이곳은 1지구와 연계해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할 클러스터로 꾸며진다. 항공정비와 부품제조 기업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북경자청은 기업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입주 의사를 밝힌 관련 업체는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지구에는 119항공정비실도 건립된다. 2022년 3월 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소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상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60대)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밤 9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날 A씨는 용암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 3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사고 현장을 이탈한 A씨는 약 1㎞ 운전하다가 차량 4대를 추가로 들이받고 인근 카페로 돌진한 뒤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카페 출입문과 가구 등이 파손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진행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1%로 면허 취소 기준(0.08%)을 훨씬 넘은 만취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