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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28 14:39:10
  • 최종수정2024.02.28 16:16:23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비건 패션'이라는 단어가 국내 패션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기까지는 10년도 채 안되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매체에서 비건 패션, 비건 가죽이라는 단어를 질리도록 들린다. 비건 패션이란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옷을 뜻하는 말이다.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하는 채식주의자인 '비건'에서 비롯되었으며 동물 학대와 착취 등을 통해 얻어지는 가죽과 모피의 소비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탄생되었다. 과거에는 동물권과 환경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비건 패션'을 지향했고 최근에는 MZ 세대의 가치 소비 추구 경향이 짙어짐에 따라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피부로 와닿는 여러 동물복지 문제나 환경문제를 체감한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 물결 속에 패션 시장에서 '비건'이라는 단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 '비건 패션' 카테고리 중에서도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비건 레더', '비건 가죽'일 것이다.

일단 비건 가죽에 대해 설명하자면 동물의 희생을 막기위해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는, 천연가죽을 흉내 낸 가짜 가죽이다.

대게 인조가죽과 비건 가죽에 대해 혼동이 많은데 이 둘은 태생적인 차이가 있다. 인조가죽은 값비싼 동물성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생겨난 것인데 석유에서 뽑아낸 화학성분으로 가죽의 질감을 흉내 낸 화학제품이며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플라스틱 기반 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우레탄(PU)이다. 즉 플라스틱이라는 것이다. PVC는 밀폐된 공간에서 잠재적인 위험 물질 다이옥신을 방출하며 발육과 생식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심지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독성 물질이다. 이 폴리염화비닐보다 좀 더 개선된 현대적인 플라스틱이 폴리우레탄인데 이 또한 제조 중 유해 독소가 방출된다. 그래서 이들은 화학 물질에서만 맡을 수 있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특히 폴리염화비닐은 고약한 냄새를 발산하는 위험한 독소를 배출하고 있다. 당연히 생분해도 안되며 오랫동안 땅에서 썩지 않고 독성물질을 발생시켜 해양과 토양을 오염시킨다.

비건 가죽은 패션시장 속 비윤리적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고통을 반대하는 뜻에서 생겨난 대체 가죽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하나 있다. 소비자들은 '비건'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이 제품은 무조건 친환경적일 거라 착각한다. 비건 레더라는 용어가 친환경적인 제품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심지어 국내의 시중에서 유통되는 비건 가죽은 대체로 플라스틱 합성 피혁이다. 그렇다. 인조가죽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간혹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가죽이 있는데 땅으로 돌아가 생분해도 되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친화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전기와 화학제품이 사용되며 환경을 마찬가지로 오염시킨다. 환경과 동물 복지, 이 두 개의 문제를 놓고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이제부터는 '비건'이라는 단어에만 현혹되어 맹목적으로 믿기보다는 진짜 동물과 환경을 위하는 소재인지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 제품은 환경문제를 야기함'이라고 판매자는 절대 기재하지 않을 테니 본질을 간파하여 기어코 윤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나 제작자 또한 매우 어렵다. 일단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원료를 생산하기도, 찾기에도 어려울뿐더러 이는 공정이 보다 복잡하고 내구성도 떨어질 확률이 크기 때문에 단가는 비싸지만 품질은 천연가죽보다 떨어질 확률이 크다.

'비건 패션', '비건 레더'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많이 퍼져있긴 하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하지만 매 해 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윤리적인 방향 쪽으로 꾸준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업들도 빠르게 발맞춰 대응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모두의 노력이 모여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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