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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5.21 18:57: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전원

충북교육청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

5월 21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다양성 선언'을 바탕으로 문화 다양성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확대하기 위해 2002년 제 57차 유엔총회에서 정한 '세계문화 다양성의 날' 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 정부에서는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에 제정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에 터하여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Together Day) 로 정하고 혼혈인과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방지와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인의 날' 제정은 오랜 동안 단일민족국가였던 형태를 벗어나 빠른 경제발전과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기업투자나 결혼이민 등으로 체류 외국인 수의 가파른 증가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으면서 더 이상 타민족과 타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또한 5월 20일부터 26일까지의 1주간은 국내거주 외국인과 내국인이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함께 어우러지면서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세계인 주간'으로 지켜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온 세계가 다문화 시대를 맞아 머지않아 세계인이 한 가족(Global-families)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미래지향의 푸른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것이 그저 꿈으로 그치지 않고, 사랑과 평화가 깃든 그런 세상을 그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현세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고 험난하다. 우리도 그 울타리 안에서 발버둥치고 있으나 주변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가시적인 극심한 차별화가 그렇고, 생활 속의 고정적인 편견이 변할 줄을 모른다.

수많은 이주근로자들의 자녀가 불법체류자가 되어 국민기본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고, 차별화를 견디지 못해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언제일지도 모르는 강제추방의 불안에 떨면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외국인도 허다하다고 한다.

결혼이민여성 중에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는가하면, 가난에서 벗어나고파 한류의 환상에 젖어 찾아온 곳 또한 가난의 연속이라 고통의 향수에 젖어 쓰라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살림에 도움을 주려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보지만 반기는 곳은 없고, 연년생으로 출생한 아이들의 추단도 힘든데 가족들은 농사일 같이하자며 논밭으로 내몰고,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싶은데 한글 문맹이라 눈길도 주지 못해 미칠 지경이란다.

친정에서는 생활비 오기만 기다린다는데 남편은 일용직이라 손 벌릴 염치도 없고, 애기 데리고 고향에 한번 다녀가라는데 시집은 그럴 주변머리도 못되고, 다문화가정 모임에 참석해 고향소식이라도 듣고 싶어 가려고 하면 도망이라도 갈 가 봐 그러는지 안 보내준단다. 이래저래 한숨과 스트레스만 쌓인다고.

어쩌면 백여 년 전에 미주로 이민을 떠났던 우리의 동포들도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몸서리치는 가난과 못난 조상을 얼마나 원망하며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 한 많은 고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을까.

그런데도 한국을 이민 와서 태어나 자란 결혼이민 자녀들의 학교생활은 불편 없이 자연스럽다. 이웃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공부도 일반학생들과 같이 서로 도와가며 잘 하고 있다. 서로의 장점을 이용해 조화롭게 생활하고 있다.

이런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와의 관계도 매우 협조적이고, 동료 학부모들끼리도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잘 어울려 지내고 있다. 가정과 이웃에서도 부지런한 며느리요 알뜰한 주부이자 친절한 아주머니로 서로의 자존심 살리면서 감사하며 살고 있단다.

부녀회장으로 마을일에 봉사도 하고, 통장으로 주민들 심부름도 하면서, 방과 후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자기의 모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지역 다문화 교실에 나가서는 자기나라의 의식주 문화를 자랑하기도 한단다.

어떤 열혈 이주여성은 불법체류로 고생하는 자기 동포들을 찾아 위로 격려하면서 광명을 찾아주는 손발이 되어 자기 일처럼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모국의 이주여성끼리 모임을 만들어 어렵게 생활하는 동포를 돕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주거나 알선해 주기도 한단다.

아마도 '세계인의 날'은 그래서 필요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서겠다는 자부심과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함께 사는 외국인들과 더불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의 선진 다문화 국가가 되도록 차분하게 하나하나씩 다져야할 것이다. 틀림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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