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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남

청주시 금천동 주민센터 주무관

"한 잔(盞) 먹세 그려. 또 한 잔(盞)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 그려."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의 첫 구절이다. 현대판 건배사다. 드디어 12월이다. 우리는 연말 모임에서 자주 건배사를 듣는다. 우리는 건배사를 하며 세월의 흐름, 즉 시간에 대한 나이의 빠르기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12월이야. 또 한 살 먹는구나. 아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세월 참 빠르지 않니?"

 시간은 10대엔 시속 10㎞, 20대엔 20㎞, 30대엔 30㎞, 40대엔 40㎞, 50대엔 50㎞, 60대엔 60㎞로 달린다. 그러고 보니 나의 시간은 40㎞로 달리고 있다.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를 어른이 돼 찾아가 보면 거리들이 옛날에 생각했던 것보다 좁아 보인다. 골목길, 학교, 광장, 공원 등 모든 것이 옛날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버린 것 같다. 한 번이라도 오랜만에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기억이라는 게 참 묘하다고 느끼게 되리라. 세월의 문제는 곧 기억의 문제다.

 어렸을 때 사람들은 주관적으로든 객관적으로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불안감은 생생하고 기억은 강렬하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재미있고 생생한 다양한 경험들의 시간은 사람들이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알맹이 없는 기억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그래서 한 해의 기억이 점점 공허해지고 붕괴해 버린다. 12월은 기억을 지운 시간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경험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기억할 것도 사라지고, 시간이라는 열차는 기억이라는 정거장을 경유하지 않은 채 마구 내달릴 게 아닌가 말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으로 보내는 것이 지겹다고 말하는 동시에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기억 속에서 기억할 만한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만약 나이가 들어도 계속 색다른 경험을 하고 집중해서 처리할 일을 많이 한다면 다르게 말할 것이다. 혹은 메모나 사진 등으로 현재에 벌어지는 일들을 정리해 나중에 기억으로 떠올릴 만한 것을 많이 갖게 된다면, 지나간 시간을 되살리기 쉽기 때문에 시간이 덧없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세상을 너무 빠른 속도로 살아온 탓에 스스로를 돌볼 겨를도 없었고, 그래서 세월의 흔적을 다 버리고 있는 것 같은 비극적 사태를 맞이한 건 아닐까?

 뒤늦게나마 여기저기서 느리게 살기의 장점을 예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봄·여름·가을·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수필가 이양하의 '신록예찬'의 내용이다. 문득 12월의 시작에서 시간의 빠르기를 다시금 반추(反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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