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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무법자 '길 고양이'

청주시 포획 개체수만 연 400마리 훌쩍
골목마다 음식물 쓰레기 냠냠 '골칫덩어리'

  • 웹출고시간2012.05.31 18:31: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

ⓒ 이현용
흔히 '도둑 고양이'로 불리는 길 고양이가 인간 세상에서 미움을 받고 있다. 골목 곳곳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엔 길 고양이를 잡기 위한 농약 생선을 사람이 먹고 숨진 사건이 발생, 길 고양이에 대한 인간들의 증오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길 고양이의 임신기간은 60일에 불과하며, 한 번에 새끼 5마리를 낳는다. 그리곤 한 해 3번이나 임신 가능하다.

청주시가 포획한 길 고양이 수는 2008년 190마리, 2009년 340마리, 2010년 404마리, 2011년 464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는 5월 중순까지 150마리를 잡았다.

시는 개체수 감소를 위해 2008년 235마리, 2009년 233마리, 2010년 228마리를 중성화 시술했다. 지난해 예산 문제로 잠시 중단됐지만, 올해 다시 200여 마리를 중성화할 계획이다.

길 고양이의 엄청난 번식력은 인간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한 번 떴다 하면, 그 일대를 쓰레기 천지로 만들었다. 찢겨진 쓰레기봉투에서 새어 나오는 악취는 주택가를 괴롭혔다.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한 아파트단지에 설치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통. 길 고양이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 장비다.

ⓒ 이현용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별별 방법이 동원됐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달 16일 전북 전주의 한 대형 식자재 마트에서 길 고양이를 잡기 위해 농약을 발라놓은 생선을 한 직원이 먹고 숨진 일까지 발생했다.

참다못한 강원도 춘천시, 원주시 등 몇몇 지자체는 쓰레기 수거 방식을 바꿨다. 지난해 2월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지정된 밀폐 용기에 담아 집 앞에 버리는 '문전 수거제'를 택했다. 공동용기에 버리는 '거점 수거제'에 비해 고양이 피해가 눈에 띄게 줄었으나, 전용용기 부실 관리로 또 다른 민원을 불러일으켰다.

청주시와 충주시, 제천시는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전격 실시한다. 각 가정별 쓰레기 배출 양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들 지자체는 음식물 쓰레기 감소와 고양이 피해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길 고양이 피해 원천 봉쇄 방법은 딱 하나다. 안락사, 즉 숨통을 끊어 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발상이다. 교통사고나 악성 질병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

인간과 동물은 종속관계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다. 고양이 피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칼날을 겨눠선 안 된다. 고양이를 보호하면서 음식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이현용(충북대 산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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