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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주

산수문학회 회원

매년 12월이 되면 나름대로 보람을 갖게 하는 명세서가 있다.

그것은 연말정산을 위한 기부금 명세서다. 그렇다고 기천만원 불우이웃을 돕는 것은 아니다. 작은 액수라도 남을 위해 돋는다는 따뜻한 마음에 스스로 만족해지기 때문이다.

이웃을 위해 돕게 하는 마음을 갖게 하여 주신 분은 내가 다닌 학교의 은사님이였다.

선생님은 바른생활을 지도하는 윤리 선생님이 아닌 생물선생님이셨다.

상업학교다보니 생물은 사실 우리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 과목이고 선생님 역시 인기 있는 선생님이 아닌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분이셨다.

그 선생님은 수업시간 마다 꼭 이런 질문을 하셨다.

"착한 일 한 사람 발표 해봐요·" 우리들은 쥐죽은 듯 숨죽여 있으면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 학생이나 출석표를 보고 호명하여 발표를 시켰다.

멋쩍은 아이들은 "없는데요" 단답하는 아이들 또는 장난끼 있는 학생은 교통사고가 났는데 자기가 인공호흡을 해서 인명을 구하였다고도 하고, 어떤 학생은 도둑을 잡았다는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그 시간을 거의 모면하였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분명 거짓과 허풍인 줄 아시면서도 유치원선생님처럼 "참 잘했어요"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리고 없다고 발표한 학생에겐 다음 시간에 착한일 해서 발표하라고 숙제를 내어 주신곤 했다. 그 시간이 때때로 곤혹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 학생들은 거의 시골 출신들로 겨우 등록금만 낼 수 있는 열악한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그렇다보니 학교도 자취를 하며 다녔다. 집이 방인지 축사인지 구분되지 않는 그런 집들에서 살았고 반찬도 들기름 몇 방울 떨어 뜨려 끊인 김치국 정도였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 등교를 하면 교실스피커에서 " -몇전이요! -몇전이면· 계속되는 소리에 맞춰 주산으로 숫자놀음을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그리고 간혹 첫 시간에 부기나 상업영어 시간이면 그것 또한 즐겁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과 웃음을 준 것은 생물시간이다.

학교를 파하고 삼삼오오 짝지어 귀가하다가 리어커에 파지를 싫고 가는 할아버지를 보고 우리들은 "생물시간 숙제해야지" 하면서 할아버지를 도왔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음 생물 시간을 기다렸다.

옛 선인들의 일화를 들려주며 배려와 나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웃다 울다 그렇게 3년이 흘러갔다. 몇몇 친구들은 취업이 되어 직장 따라 나가고 취업하지 않은 우리들은 그날도 낄낄거리며 어떤 허풍의 발표를 할까 궁리를 했다.

그런 우리에게 그날의 주제는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였다.

글 잘 쓰는 친구는 명작을 써서 그 인지세로 문학관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 하겠다 하고

어떤 친구는 농촌후계자가 되어 우리나라의 농업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등 자기의 소견을 발표했다. 그 중 나는 취업을 해서 월급의 10%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행복이란 것은 나눔을 통해 얻는 것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선생님과 약속대로 취업을 해서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지도 23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후 여러 복지관에 인연이 되어 크고 작은 의미를 부여하며 작은 정성을 보냈다.

나의 결심된 마음이 때때로 사사로움이 저울질 하게도 하지만 "오은주 학생 착한일 발표해 보세요·" 하고 내 귀가에 쟁쟁하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선생님을 잊고 살아온지도 23여년이 흘러 이 글을 쓰다가 문뜩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하여 모교에 전화를 걸었다.

아! 존경하던 선생님께서 돌아 가셨단다. 왜 몰랐을까! 기부금을 보내면서 그 흡족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살았는데 선생님이 돌아 가셨다니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천사표 양주석 선생님!

영전에 머리 숙여 삼가 명복을 비옵나이다. 당신의 뜻 따라 좋은 일하며 살아가렵니다. 이제 우리들 근심 걱정 다 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편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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