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스탕달이 쓴 소설 '적(赤)과 흑(黑)'을 보면 이런 내용의 글이 나온다.
"정치란 문학의 모가지에 매단 돌멩이와 같은 것이어서 반년도 지나지 않아 문학을 침몰시켜 버릴 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정치를 가지고 달려드는 것은 마치 음악회가 한창일 때 피스톨을 마구 쏘아대는 것과도 같습니다. 귀를 찢을 듯이 소리는 크지만 인상은 강하지 않지요."
정치는 문학과 함께 공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걸림돌만 될 뿐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제까지의 역사를 보더라도, 어느 사회에서나 정치와 문학은 있었지만 서로 잘 화합한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서로 대립과 갈등, 반목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심지어 서로를 비방하고 규탄하며 도저히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원수처럼 여겨 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문학은 예로부터 봉건제도나 독재권력에 순응하지 못하고 이를 비판하고 규탄하며 민중들로 하여금 독재권력에 맞서도록 이끈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은 과거 우리나라에 독재 권력이 민중을 억압할 때 문학과 문인들이 글과 행동으로서 한 일들만 보더라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비단 독재 정권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도 문학과 문인들은 으레 정치와 현실,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이런 사실 때문인지 정치인들 또한 문학과 문인들에 대해서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긴 자신들이 하는 정치나 행동 등에 대해 사사건건 트집잡고(?) 비판하는 문학과 문인들이 곱게 보일 리는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이유로 문학이나 문인이라면 고개부터 옆으로 젓는 정치인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문인들 중에도 정치나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외면해 버리거나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에 대한 편견이나 자기중심적인 시선, 또 아집이나 독선 같은 것들은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비록 서로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점이나 비판받아야 할 게 분명히 있다고 하더라도 좀 더 포용력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를 존중해주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며 서로 화합하는 자세를 보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도 그렇고, 문학도 그렇고 다 국민을 위하고 보다 좋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공자(孔子)는 일찍이 "정(政)은 정(正)이다." 즉, "정치는 천하를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 말은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라 문학도 해당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치와 문학이 서로 비판하고 반목만 할 게 아니라 비판할 것 하더라도 서로 합심하여 국민을 위한 정치와 문학, 보다 좋은 사회를 위한 문학과 정치가 되도록 힘써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지금처럼 각박한 삶의 현실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여유와 기쁨을 안겨주고, 외면했던 정치와 문학을 다함께 좋아하며 즐길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