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의 작가로 유명한 영국의 스티븐슨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기사(技師)가 되었다가 다시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소설가로 변신했다.
이런 그가 1886년에 발간한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Dr.Jekyll and Mr. Hyde)'는 발간된 지 1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읽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이중인격(二重人格)을 나타내는 대명사 역할을 할 만큼 인간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지킬 박사는 자신이 발명해 낸 약을 통해 때로는 악인(惡人)인 하이드씨로 변신하여 악한 일들을 행하다가 다시 선인(善人)인 지킬 박사로 되돌아오곤 한다. 즉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여 일인이역을 계속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악인 하이드씨에서 지킬 박사로 다시 변신하려다가 복용하던 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해 버린다.
물론 이것은 소설 속에 나오는 꾸며진 이야기지만,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이중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차이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타인들이나 혹은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중적인 면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선한 모습을 한 인간과 악한 모습을 한 인간이 전혀 별개의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엄연히 공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한 인간 속에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며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타인들이 어떤 것을 더 크게 느끼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선과 악은 원래 한 솥에 있는데 다만 그 출구가 다를 뿐이다'라는 말도 있다.
인간이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며 선과 악, 이 둘이 결합된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선한 '나'와 악한 '나' 사이에서 갈등과 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이러한 갈등과 괴로움은 당연히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 행하는 악으로 인해 당연히 느껴야 할 갈등과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양심이 마비된 사람들이다.
요즘에는 쾌락의 극대화가 최고의 선善이 되어가고 있다. 단지 일 개인의 탐욕이 '평등'이라는 명목으로 교묘하게 용인될 뿐 아니라 권장되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를 흔든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질서와 혼돈을 초래하며 결국 더 큰 독재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내 속의 하이드씨가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세상, 하이드씨가 권하는 이 세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파리 개막식에서, 목을 들고 있는 마리 앙트와네트, 도서관에서 은밀한 눈짓을 교환하다 세 사람이 방문을 닫는가 하면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주요 부위를 드러내며 12사도의 만찬을 흉내내고 있는 … 단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에는 자꾸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내 안의 지킬 박사를 깨울 때가 벌써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