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자

2024.09.18 13:35:41

이철호

소월문학관 이사장

'사람 사는 집에서는 다듬이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책 읽는 소리가 나야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이라면 당연히 풀을 먹인 옷감을 다듬잇돌 위에 얹어 놓고 다듬잇방망이로 쉴새없이 두드리는 다듬이소리가 나야 하고, 아이들의 밝고 구김살 없는 웃음소리가 수시로 울려 퍼져야 하며, 목청을 가다듬어 책을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흘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 가정에서는 이런 소리들을 듣기 어렵다. 다듬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다듬이질이 별로 필요 없게 된 시대에, 또 그렇기 때문에 다듬잇방망이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이때에 다듬이 울려 퍼지기란 어렵다. 그러나 아이들과 책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어느 가정에서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네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구김살 없는 웃음소리가 자주 울려 퍼지지 않는 것 같다. 낭랑하게 책을 읽는 소리를 듣기란 이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 아니, 거의 들어 볼 수 없는 게 요즈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핵가족으로 형제자매간의 울림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열려있어야 한다. 방문을 닫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가족간에 식사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친구들과 친교를 다지는 공간에서도 카톡으로 대화를 한다면 진심이 담긴 친구의 얼굴을 어찌 느낄 수 있단 말인가. 기계 문명이 빚어낸 소리들과 가족 간의 갈등과 대립의 소리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가출과 탈선, 폭력과 범죄 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이른바 '문제 청소년들'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도 가정에서 웃음소리와 책 읽는 소리가 듣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자신의 권위나 자녀의 학업 성적, 또는 입시나 출세 따위를 위해 그들에게서 자유로운 웃음소리를 제약하고 영혼의 양식이 되는 좋은 책 읽는 것을 빼앗지나 않았는지, 스스로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

어린 자녀가 잠자리에 들면 책을 읽어주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라. 부모가 읽어주는 목소리에 편안하게 잠이 들고 꿈을 꾸지 않았는가. 그 따뜻함을 왜 멈추어야 하는가. 자녀들이 밝고 활기차게 자주 웃고,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자주 읽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함께 어울려 대화를 나누며, 더불어 책을 읽거나 가족 중의 누군가가 책 읽는 것을 나머지 가족들이 조용히 경청하는 것도 좋은 것이다. 특히 독서는 누구에게나 친화력이 있고 서로를 이해하기도 쉬우며,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또 독서 분량이 많지 않아도 좋고 큰 소리로 낭송하는 것도 좋다.

그러므로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좋은 책이나 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이나 감상하는 것은, 가족 간의 화합과 사랑을 증진시키는데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각 가정마다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자. 특히 좋은 책이나 아름다운 시를 낭송하는 소리가 자주 울려 퍼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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