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선물

2024.08.04 14:02:50

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지난겨울 결혼한 딸은 아기를 원한다. 삼십 중반을 넘어섰으니 빨리 낳고 싶어 하는데 아직은 소식이 없다.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며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도 했다길래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얘기했더니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마음 편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단다.

다행히 검사 결과 이상은 없었고, 결혼한 지 아직 일 년도 안 됐기에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말로는 그렇게 1~2년은 마음 편하게 기다리라고 했지만 내 속마음은 빨리 아기가 생기기를 바란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출생아 수는 23만 명 정도인데 매년 출산율 감소 폭이 커진다. 요즘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젊은 부부들의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많으니 아이 양육 문제도 크고 교육이나 주택 마련 등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저출산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도 저출산 문제가 예외는 아니다. 면 단위 지역에서는 연중 태어나는 아기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 아이가 태어나면 현수막까지 걸어 모두가 축하하는 현실이다. 특히 0세에서 15세 미만의 아동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처럼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에서는 2023년 이후에 태어나는 신생아부터 매년 연차적으로 나누어 천만 원을 지원한다는 정책도 내놓았고, 정부도 부모 급여와 아동 수당 지급액을 상향 지급한다는데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임신 자체를 회피하기도 하지만 현재 임신을 하거나 아기를 가질 예정인 부부들에게는 임신 후 진료를 보거나 분만을 할 산부인과가 가까이에 없다는 것이 더 걱정이다. 실제로 인구 십만 명이 넘는 음성 지역에도 진료와 분만을 할 산부인과가 없다.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할 조리원도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음성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도시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음성군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은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인근의 충주, 청주, 진천, 이천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거리상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출산 후 보건소에서 지원하는 산모 도우미 서비스를 받기도 하지만 산후조리원이 가까이에 있다면 남편이나 가족들의 심적인 부담도 적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출산축하금을 지급하고 부모 급여와 아동 수당 지급, 다자녀 가정 지원 등 임신·출산 환경을 조성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성 건강 관리와 임산부가 매달 진료하고 출산을 할 수 있는 지역 내 산부인과의 개원이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이 시대에 아기를 낳겠다는 딸이 고맙고 기특하기도 하다. 노산이 되기 전에 빨리 예쁜 아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고 나도 빨리 손자, 손녀를 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손자 둘을 돌보는 내 친구는 손주들이 예쁘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예쁜 것과 별개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한다. 나이가 드니 체력적인 한계도 있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먼 거리의 직장을 다니는 딸이 임신해도 걱정이고 못해도 걱정이지만 우리 집에 아기 울음소리가 선물처럼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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