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節次)는 내용에 우선 한다

2024.07.11 15:49:16

정익현

건축사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감독에 홍명보 울산 현대 축구팀 감독이 선임됐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5개월 만이다. 기다리던 국민들은 환영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왜?

2022년 일정 부문 성과를 낸 '파울루 벤투' 감독과 재계약을 않고 외국에서도 능력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어 평판이 안 좋은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선임. 1년이 지나 문제가 있자 지난 2월 경질하여 100억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주게 됐다. 그러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가 이번에는 한참 시즌이 진행 중인 K리그 감독을 빼 내어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한 폭거를 저질렀다. 지난 5개월간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논의 절차도 밟지 않고 이미 정해진 계획처럼 졸속으로 했다는 의심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러는 가운데 최근 전력강화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박주호 위원의 폭로는 이런 '의심'이 '사실'로 밝혀지는 계기가 됐다.

박주호 위원은 '위원회는 한국인 감독 쪽으로 분위가 흘렀고, 외국인 감독은 흠잡기 열심이었다. 홍 감독 선임은 몰랐다.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축구협회는 박주호 위원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비추며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하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전력강화위원도 박주호 위원의 발언을 옹호하고, 이영표 해설 위원은 모 TV에 나와 '홍명보 선임 과정이 행정적으로 문제 있다. 축구인은 더 이상 행정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종종 '절차가 내용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유럽에 가서 후보를 접촉했으면, 축구협회는 사퇴 의사를 밝힌 위원을 보충하고 위원장을 뽑아 전력강화위원회를 재구성한 후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정했어야 했다. 규정 상 권한도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남아있는 5명 위원에게 전화로 최종 결정을 위임받았다는 것은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 2항'에 위배 된다. 축구협회는 올해 일반예산 1천21억 원 중 333억 원이 정부 관련 지원금이다. 그렇기에 공공성이 우선돼야 하고 독단적이고 사적인 방식으로 협회가 운영돼서는 안 된다.

경기단체장을 굳이 재벌이 할 이유는 없다. 축구협회는 정몽준 회장이 16년, 현 정몽규 회장이 3연임에 12년째를 하고 있다. 현대 가(家)에서 무려 28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 탁구협회 유승민 회장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2019년 37세의 나이로 회장에 당선돼 올 12월까지 임기다. 그는 IOC 선수위원에도 당선됐고, 무엇보다도 '한국 탁구 1호 영업 사원'이라며 많은 업적을 쌓았다. 회장의 젊은 나이는 우려가 아니라 패기와 열정이었다.

퇴계 이황은 <퇴계집>에서 "몸을 망치고 나라를 멸망케 함은 대부분이 임금 된 사람이 '사(私)'라는 한 글자를 버리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했다. 2천500년 전 일찍이 공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여 그 뒤에 숨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오히려 공격하는 이 있으니 어찌 지도자라 하겠는가!

우리가 5개월간 감독 없이 표류하는 사이 일본 국가대표 감독은 유럽에 가서 '유로 2024 축구 대회'를 관전하며 선진 축구를 공부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하루빨리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모든 시스템의 정상화를 희망한다. 용기 있는 박주호 위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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