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 왔다 '김사부'

2020.01.09 17:26:00

정익현

건축사

김사부, 그가 돌아 왔다.

2016년 나를 TV 앞에 붙들어 놓았던 '낭만닥터 김사부' 후속편 '낭만닥터 김사부2'가 연 초에 시작되었다. 한석규의 다소 냉소적인, 그러나 자기 일에는 열성적이고 소신 있는 의사 연기는 이 시대 최고라 해도 좋을 것이다. 10년 전 세종의 한글창제 과정을 그린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이 평온한 것이다'라고 외친 그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겉보기엔 일반 의학드라마였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컸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실력으로 정면 대응하며 칭찬에 인색한 그저 '꼰대'가 아닌 사부(스승)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대리 만족을 하며 더 열광했는지 모른다. '내 구역에서는 오로지 하나 밖에 없어.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반항적인 젊은 의사 강동주에게 일갈하며 의사 본연의 일에 신념을 굽히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 김사부에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머리에 그렸다.

우리가 흔히 혼동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공평과 공정이다. 쉽게 말하면 공평은 똑같이 나누는 것이고 공정은 가진 자가 더 많이 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똑같이 세금을 내는 것이 공평이고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공정이다. 그러니 우리는 공정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정의(正義)'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들다. 나는 '상식이 통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정의라 말하고 싶다. 언뜻 보면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에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한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우선 사회구성원이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깨어 있는 사람들을 본다.

아주대학교 의대 이국종교수. 대한민국 각 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세워지는데 공헌한 사람으로 복합중증외상치료의 권위자이다. 그는 틈날 때 마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의 개선을 말한다. 그로 인해 미움도 받지만 그의 소신 있는 행동을 많은 사람들은 응원한다. 다큐영화 '프라스틱 차이나' 의 장주량 감독. 이 영화는 전 세계 쓰레기의 50%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고발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중국인의 수치심을 불러 일으켜 중국은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고 이 여파로 우리는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대변초등학교 하준석 어린이. 다른 사람들이 '똥 학교'라고 놀린다고 개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학생회부회장에 당선되었다. 그의 노력으로 일제강점기 때 대변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옛 지명 '용암'을 찾아 용암초등학교로 개명하였다.

최근 김금희 소설가는 작가의 저작권을 일정기간 양보하라는 문학사상사의 요구가 부당하다하여 '이상 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 이에 다른 수상작가도 동조하여 출판사는 관련규정을 삭제하겠다고 한 발 물러섬으로서 작가의 권리를 찾았다.

이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깨어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들이 아름답고 장하게 보이기까지 그들이 감내해야할 고통과 인내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때로는 내부 고발자로서의 폭로, 때로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시기와 모략 그리고 불이익을 견디며 이 사회의 어둡고 부끄러운 행태를 고치려 하는 그들의 용기와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보다 '내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용기와 신념 있는 행동은 쉽지 않다. 나댄다는 말이 나오자 용기 있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 모두에게 사랑 받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나대도 괜찮지 않을까?

김사부, 그는 말한다.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못나게 살지는 말자 우리. 사람이 뭐 때문에 사는지 그건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김사부2'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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