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시민은 구경꾼이 아니다

2020.08.06 19:55:30

정익현

건축사

지난 달 청주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2단계 심사에서 노르웨이 건축사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이 당선 되었다. 몇 년 전 본관 건물의 보존 여부를 두고 공청회를 할 때 참관하고 국제설계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잊고 있다가 당선작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알았다.

청주시 신청사 건립은 7년에 걸쳐 지난한 과정을 걸어 왔다. 부지 위치, 건립방식(신축 혹은 리모델링), 기존 청사의 보존 여부, 부지 확장 등의 쟁점이 추진을 더디게 했다. 남북으로 긴 부지의 중앙에 보존되는 본관 건물과 부지 북쪽에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49층 주상복합건물 사이에 끼일 수밖에 없는 신축건물의 한계, 즉 부지의 핸디캡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국제설계공모를 진행 했다. 부지 서쪽에 인접한 땅을 매입하여 부지를 확장했어야 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리모델링을 하여 ‘시(市)의 건전 재정을 통해 청주시의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청사 건립비용을 아껴 성장 동력을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대의명분을 따르는 것이 좋았다. 시청을 내려다보고 있는 49층 앞의 신축 15층이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4~5층이나 모양새가 구겨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충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도청이 진천 혁신도시로 옮겨 가고 시청을 도청자리로 옮겼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자연스럽게 본관 건물을 살려 문화시설로 쓰면서 남은 공간은 기존 공원과 연계하여 더 큰 공원을 만들 수 있었다.

국제설계공모 과정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중심에 있어야할 청주 시민이 구경꾼이 되었다는 것과 예선을 거치지 않고 2단계 심사로 직행한 외국의 저명한 건축사 3인에 대한 특혜로 공정경쟁이 훼손된 것이다. 설계공모에 참여한 청주지역 건축사는 1명뿐이고 충북으로 넓혀 본다 하더라도 교통대 건축과 교수 1명이 더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이 지역 건축사가 설계공모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인데 이것이 건축사만의 잘못일까! 국제설계공모를 추진하는 전문위원 선정 과정에서도 이 지역 건축사단체인 '청주지역건축사회'는 패싱되었다. 더구나 당선작을 뽑는 심사위원에 청주지역 인사가 단 1명도 없었다는 것은 청주시민이 철저히 배제 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심사 당일 시민이 심사 과정을 참관할 수 있게 하였다지만 그저 구경꾼인 것이다. 이제 청주시민은 청주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시민이 참여하여 설계공모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먼저 아이디어 공모를 하여 건축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안(案)을 내고 그 중 선택된 아이디어를 건축사와 연계하여 최종안을 만들어 80만 시민이 투표로 당선작을 정한다면 세계적인 건축사 100명이 심사를 하는 것 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우리의 시 청사를 지을 수 있다.

15년 전 봉화군 청사와 무주군 청사를 답사한 적이 있었다. 두 군 모두 재정 자립도가 낮고 인구가 2만5천에서 3만에 이르는 작은 군이었다. 봉화군은 그 당시 30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들여 읍내에 있었던 군 청사를 접근성이 떨어지는 언덕에 신축한 반면 무주군은 그 자리에서 리모델링하여 내부 벽을 없애고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그리고 무주 안성면사무소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면사무소 1층에 목욕탕을 설치하여 우리나라 면사무소 목욕탕 1호가 되었으니 무주군의 군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몇몇 사람의 신념이나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알아서 주민의 꿈과 지도자의 꿈을 같게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목표가 아닐까한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명품 도시', '미래 지향적', '시민과 소통'. 무엇이 명품이고 무엇이 미래 지향적인가. 하드웨어만 신경을 쓰고 그 속에 담을 소프프웨어는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건축설계는 이용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과정이다. 청주시는 청주시민에게 어떤 질문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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