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 교수 1천3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396명의 교수가 '견리망의'를 선택했다. 2위는 '적반하장'이라고 하니 작년 한 해가 어땠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2023년은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매우 어려웠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가 지속됐고, 이에 저성장까지 겹쳤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는 서민의 삶에 직격탄을 날렸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생활은 점점 팍팍해지고, 늘어나는 대출 이자 부담은 서민의 어깨를 여전히 짓누르고 있다.
올해는 좀 더 나아질까.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책연구소, 민간연구소, 증권사 등은 올해 대한민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을 평균 2%로 전망했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의 경기 회복세로 1%대의 저성장 흐름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대략 2% 안팎의 잠재성장률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내수 둔화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6%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4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2023년 1.8%와 비슷한 1.9%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경제 위기 극복의 추진력이 그만큼 약해 보인다.
지난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내수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공급망 등 잠재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고, 근본적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나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융부담을 덜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와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충청권의 경우 작년 11월 "충청권 메가시티!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를 기치로 충청권(충북·충남·대전·세종) 메가시티를 선포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행정·교육·재정 등 획기적 권한 이양, 수도권 공공기관, 대기업, 대학의 충청권 메가시티 우선 이전 지원, 국립 지방의대 신설,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도로·철도 국가계획 반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가시티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고, 자립적인 경제 발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충청권 메가시티가 순조롭게 진행돼서 지역 활성화로 이어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올해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다. 청룡은 성취, 행운, 번영 등을 상징하고 있다. 지난 어려움은 모두 잊고 청룡의 기운이 우리나라 곳곳에 퍼져 모두가 힘차게 도약하길 소망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반드시 창출할 것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아닌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되길 바라면서 번영과 풍족함으로 눈앞의 이익을 보면서 의로움을 잃는 것이 아니라,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