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여름 나기는 참 힘들다. 비도 많이 오고, 더위도 참기 어렵다. 환경파괴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어 그렇단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라니 걱정하며, 참아내고 있다. 필자와 같이 시골에서 자란 세대들은 여름이면 아련한 추억이 있다. 여름방학에 물놀이하고, 원두막에 둘러앉아 수박과 복숭아를 까먹으며 웃고 떠들고 하던 모습. 수박과 복숭아는 여름날의 즐거움을 한껏 더해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이 있다. 지역 특산물이다. 기후와 토양이 맞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보다 맛도 좋고 생산량도 많다. 성주 참외, 진양 단감, 강원도 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필자의 고향인 음성에도 특산물이 있다. 고추와 인삼도 있지만, 수박과 복숭아가 대표적이다.
"풍부한 햇살을 받고 탐스럽게 영근 복숭아. 당도가 높고 과즙이 많으며, 부드러운 햇사레복숭아는 연합사업단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출하. 국내 최고 과수 통합 브랜드 농식품 파워브랜드 대전 최고 브랜드 선정(2007)". 음성군 특산물 홍보란에 소개된 햇사레복숭아다.
요즘 필자는 충북도정정책자문단 균형발전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환 도지사가 촘촘한 도정을 펼치기 위해 만든 자문 모임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내 고향 우리 지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얼마 전 햇사레복숭아 산지로 유명한 감곡에서 복숭아 농사를 하는 지역일꾼을 만나 한참을 공부했다. 햇사레복숭아가 음성의 주요 특산물이며 감곡이 주산지임에도 이를 연구하고 지원하는 '복숭아연구소'가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가 대부분이었다. "성주 참외가 연 3~4천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데, 우리 음성 햇사레복숭아는 고작 6~700억 원 내외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라며, 지원사업의 부족을 원망했다.
살펴보니 경북 성주에는 참외연구소, 상주에는 감연구소가 있고,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옥수수연구소, 감자연구소가 있다. 다른 시·도에도 물론 관련 연구소가 있다. 연구소만 보아도 지역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짐작이 된다. 우리 충북에도 연구소가 여럿 있다. 포도연구소, 수박, 마늘, 대추, 와인연구소가 그것이다. 얼른 보기에도 우리 충북의 대표 농산물을 육성하는 연구소임을 알 수 있다. 복숭아연구소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지역 농민의 섭섭함이 이해가 간다.
지역특산물을 알리고, 안정적 판로를 개척해 주기 위해 지자체는 생산자와 함께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산물 알리기 지역축제도 그중 하나다. '상상대로 음성'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성장하는 우리 음성군도 매년 '명작페스티발'을 개최한다. 음성의 농부들이 한 땀 한 땀 정성껏 일군 농작물을 '명작'이라 브랜드화해서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바람직한 일이다.
"주위에 만들어진 산업단지가 세수에 도움이 될지라도 여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꼭 그렇지 않다. 산업단지를 위해 각종 인프라를 깔아주듯이, 복숭아 주산지인 감곡에 복숭아연구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생산된 복숭아를 제값 받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복숭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복숭아 장인을 꿈꾸는 지역일꾼의 말이 귀에 맴돈다. 정책당국이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