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세·공평과세'. 세금을 내는 우리는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이 공정, 공평하다고 생각할까? 내게 부과된 세금이 공평하지 않다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보유 재산의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토지 공시지가, 주택 및 공동주택 공시가격, 비주거용 부동산공시가격이 그것이다. 비주거용 공시가격은 입법은 되어 있으나, 시행령 등 세부 지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감정평가사와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하여 부동산의 시장가격을 조사한 후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공시하고 있다. 공시되는 가격은 시장가격에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곱한 값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 개 행정·복지 제도의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문제는 공시되는 토지, 주택,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같지 않은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현실화율이 같지 않으면 어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 달라진다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즉 공정과세가 흔들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2024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공동주택은 69.0%, 표준(단독)주택은 53.6%라고 발표했다. 적용해 보면 10억원 짜리 공동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과세의 기초가격이 6억9천만 원이고, 단독주택 소유주는 5억3천600만 원이 된다. 기초가격에 같은 세율을 곱하여 과세하게 되면 공동주택 소유주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유형의 주택이냐에 따라 세금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부동산 시세와 괴리가 크고 지역별·유형별 시세 반영률에 차이가 커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0년 11월 현실화 계획을 도입했다. 시세의 50~70%에 머무는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즉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가 될 때까지 인상하여 공평과세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겠다며, 매년 적용해야 할 현실화율 상향 정도를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추진해 오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는 설명과 함께 폐지하겠다고 했다. 대선 후보 때부터 공약으로 제시한 사항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이로써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올리겠다는 계획은 시행 3년여 만에 폐지되었다.
필자는 공시가격의 한 축인 토지 공시지가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감정평가사이다. 현실화 정책 폐지와 관련하여 국토부 관계자가 "유형·지역 간 시세 반영률의 '키 맞추기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 했지만, 부동산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는 현실화율을 형평성 있게 개선하는 과제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돼서 아쉽다.
같은 가격이면 같은 세금을 내야 공평과세 원칙에 맞지 않을까? 지역별·유형별 공시가격의 차이를 그대로 두면 불공정, 불공평하지 않을까? 공시가격은 현실화하고, 개별 세율을 조정하면 현실화 문제와 세 부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