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했던 과거, 종지부를 찍자

2020.09.17 15:58:02

한정규

문학평론가

유가의 인정仁政과 덕치德治에 의하면 군왕은 힘이 아닌 덕으로 천하를 다스리라고 했다. 또 군신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을 낮추고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공자의 격언에 관측득중寬測得衆 관대함은 많은 사람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청조 건륭제는 관대함과 엄격함 둘의 조화를 이뤄야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청조 강희제는 지나치도록 관대했다. 그 결과 부정부패가 만행했으며, 옹정제는 지나치게 엄격했다. 때문에 폭동 등 큰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두 황제는 국민들을 편치 않게 했다. 그래서 건륭제는 관대함과 엄격함 둘의 조화가 곧 최고지도자가 갖추어야할 가치라고 했다. 최고지도자는 간언에 귀기울여야 한다. 간언을 무시한 채 귀를 막고 독선을 하면 잘못된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조선시대 왕실을 둘러싼 당파로 청나라와 명나라에게 무차별 짓밟히고 결국 일본이 조선 왕비를 궁내에서 무참히 살해했다. 그것도 모자라 36년이라는 식민통치라는 결과를 낳았다. 임금 한 사람 때문에 국민 모두가 그것도 그 후세대들에게까지 고통을 안고 살도록 했다. 뼈아픈 이야기다.

또 건국 후 18대까지 열한 명 대통령 중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을 제외한 아홉 명 대통령이 불행을 겪었다. 임기 중 해외로 쫓겨나거나, 흉탄에 목숨을 잃거나, 감금되거나, 자식과 형제 친인척이 줄줄이 감옥을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그랬다. 국민 모두가 그런 안타까운 광경을 보아야만 했다. 마치 대통령의 자리가 정치인의 불행한 말로로, 부끄러운 자리로,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았으며 더 나아가 조롱걸이로 됐다. 이제! 불행했던 과거에 종지부를 찍자. 더 이상 그런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자.

결국 그들은 지도자가 갖출 인정과 덕치를 소홀히 하고, 관대해야할 때 관대하지 못하고, 엄격해야할 때 엄격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러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만들었다. 파벌 간에 암투로 정국이 마치 진흙땅 싸움판처럼 우리 과거가 그랬다. 그런 가운데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으로 물질문화는 선진국에 못지않게 발달했다.

문제는 정신문화다. 이젠 우리정신문화도 경제수준과 물질문화에 걸맞게 달라져야한다. 특히 우리정치문화 변해야한다. 소통하는 정치가 되어야한다. 소통을 소홀히 하면 잘못된 정보에 함몰돼 큰 실정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 대국적 견지에서 화합과 협동으로 멀리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에서 소통은 인체의 혈관과도 같다. 인체에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동맥경화증 등 병이 생겨 목숨을 잃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치도 소통이 되지 않으면 사회가 더 없이 혼란스러워진다.

요즘 국민 다수가 일련의 사태를 두고 걱정을 한다. 최근에 조은산이라는 사람이 청와대게시판에 시무7조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영남만인소라는 사람도 문재인정부의 중요정책과 핵심인사들을 비꼬는 내용의 청원 글을 올렸다. 그 글을 보고 박수를 치는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조은산이나 영남만인소를 꾸짖기 전에 그 청원의 글을 본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한번쯤 새겨 봄이 좋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럴 땐 청조 건륭제처럼 소통은 물론 관대함과 엄격함 둘의 조화를 이룬 인정과 덕치에 의한 정치가 이뤄졌으면 한다. 그것만이 난국을 극복하는 묘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날 대통령 아홉 분이 겪은 그런 불행한 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곡히 아뢴다. 이제! 불행했던 과거에 종지부를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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