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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규

문학평론가

가을 차디찬 공기가 가슴을 파고 들 때면 허름한 초가집 지붕 넘어 붉게 물든 홍시가 누런 잎 새 사이에서 바람을 타고 대롱대롱 춤을 춘다. 행여 떨어질세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있노라면 떨어지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듯 덩실덩실 춤추듯 흔들어 댄다.

그래 그건 그렇다하고 너 지나간 여름 그 더위에 초록 외투 나부끼며 뽐내던 그 모습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 새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는지 눈이 부시는구나?

그 순간 비둘기가 지나다 깜짝 놀라 그래 네 이름 감이었잖아? 그런데 언제 홍시가 됐지? 감 보다 홍시 그 이름이 더 좋다. 참 잘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니? 말랑 말랑 까치가 와서 쪼기라도 하면 터질 것만 같아 불안하다.

맞아 까치 그들이 와서 이마며 옆구리 가리지 않고 쪼아 눈알도 빠지고 눈퉁이가 부어오르겠지만· 어떻게 하니. 나무 가지에 의존해 웅크리고 지나가는 구름에게 하얀 솜털로 감싸 숨겨달라고 부탁해 그럭저럭 까치를 피해야지 어떻게 하니· 그럴 수만 있어도 좋은 팔자다. 팔자 사나우면 붉은 옷으로 갈아입기가 무섭게 인간들이 잠자리채에 갈고리를 달아 목을 마구 비틀어 데려 가버린다. 그래서 형제자매 잃고 홀로 남아 홍시라는 이름으로 차디찬 겨울을 지내게 된다. 얼마나 외롭고 처량한 지 인간 너희들은 모른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홍시만 보면 그리 좋아라 한다.

홍시가 혈관건강, 눈 건강, 암 예방, 피로회복, 피부미용, 면역력강화, 설사완화, 숙취해소, 빈혈예방, 다이어트 등에 좋다며 먹고 또 먹어 댄다.

사람들은 홍시인 우리를 천사 같은 고운 마음씨만 가지고 있는 걸로 아는데 우리 홍시도 그렇지만도 않다. 몸속엔 고 탄수화물 같은 것을 지니고 있다. 그래 인간 너희들도 당해 보아라! 하고 혈당을 빠르게 올려 당뇨병으로 고생을 시킬 수도 있다. 알겠니·

그 뿐만 아니다. 다이어트 좋아하네 하며 되레 뚱보로 만들어 버린다. 변비로 고생을 시키기도 한다. 홍시는 좋기도 하지만 좋지 못하기도 하니 가까이 하되 지나치게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인간 너희들은 알아야겠다.

나훈아라는 마음씨 고운 가수가 홍시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며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하구나·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 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땜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치고 돌아 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이 불면 감기들 세라 안 먹여서 약해질세라. 힘든 세상 뒤처질세라 사랑 때문에 아파할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보고파진다.'

그렇게 홍시를 보며 엄마가 생각이 난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것을 홍시 우리인들 모르는 것 아니다. 눈이 내려 천지를 하얗게 덮은 그 때도 홍시 우리는 엄마 생각을 떠올리게 하지만 햇볕 쨍쨍 내리 쬐는 칠팔월 무더위에 차디찬 냉동실에서 냉기 뒤집어 쓴 체 탱탱해진 홍시 우리는 인간들 가슴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기도 한다.

그런 홍시 우린 마치 인간을 위해 태어난 듯 살다 간다. 인간들 그래 홍시 우리를 보고 엄마 생각을 하고 가슴이 찡하도록 그리워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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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