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참여자에 대한 지원체계 필요

2019.02.14 16:21:52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

[충북일보] 최근 대량 축산이 증가하면서 가축의 전염병은 상시적인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되었다. 얼마 전 설 연휴 기간에도 경기도 안성시와 충북 충주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으며, 충주 한우농장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아 소 11마리와 인근 500m 이내 농가 2곳의 소 등 모두 49마리를 살처분하였다. 소, 돼지와 같은 가축은 보통 근육 이완재를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한 뒤 매장하지만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한쪽으로 몰아 비닐 안에 넣고 비닐을 밀폐한 뒤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안락사하고, 그 사체는 렌더링 기계로 갈아 고온·고압으로 멸균 처리 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한다.

2010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 시 피해 농가 6,250가구에서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조류독감으로 2014년과 2015년 겨울에 2,000만 마리, 2016년과 2017년 겨울에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소·돼지·염소·사슴)이 모두 3,872,970마리이며, 조류독감 발생으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약 7천만 마리에 달한다. 전염병으로 살처분 당하는 동물의 복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살처분이라는 궂은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대 가축 관련 공무원이나 군인, 수의사, 용역 노동자가 담당한다. 그러나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살처분 과정에 인력 부족으로 농축산과 관련 없는 부서의 공무원이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4년~2015년 조류독감 확산 시 이동제한을 위한 통제소 399개를 운영하는데 2,679명이 투입되었으며 살처분 인력으로 공무원 10,712명, 군인 3,520명, 경찰 340명, 민간단체 847명, 계육업체 576명, 고용인원 4,070명 등 총 20,650명이 살처분에 직·간접으로 참여하였다고 한다. 살처분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힘든 정도를 11점 척도로 계산할 때 1점이 매우 편함, 11점이 매우 힘듦이라고 하면 평균 9.02척도가 나올 정도로 현장 참여자들이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은 살처분 과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길게는 몇 주 동안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보통사람이 짧은 기간 대량의 동물죽음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보니 살처분에 투입된 사람의 트라우마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매우 높게 나왔으며, 설문조사 응답자의 23.1%가 중증우울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2004년~2017년 살처분 관련 사망 건수를 보면 자신이 기르던 가축을 살처분하고, 살처분 과정에 참여한 농민 8명이 자살했으며, 4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공무원은 9명이 과로로 사망했으며, 차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다쳐서 입원한 사람 또한 15명이나 된다. 살처분 과정은 노동 강도가 높으며 참여자들은 그만큼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촌각을 다투는 현장의 긴박성을 고려하더라도 사전에 사고예방을 위한 충분한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가축 전염병과 조류독감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수의학적으로 완벽한 차단이 불가능하다면 방역매뉴얼 못지않게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에게는 포상휴가나 수당 지원 체계마련, 과로사의 경우 산재판정 기준에 살처분 관련 규정을 마련해 산재판정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주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방역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이해와 심리상담 등과 같은 사후처리 과정에 대한 세밀한 지침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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