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은 언제쯤 오려나

2015.10.25 13:52:49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지난 20일부터 북한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다. 20번째 만남이다. TV 속 이산가족들의 애끊는 사연에 눈시울이 뜨겁다. 전쟁 통에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 어쩔 수 없이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북한군에 징집돼 끌려가던 중 탈출한 사람들…. 사연은 넘쳐난다.

그런 사연을 묻고 그렇게 6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들에겐 찰나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마음 졸인 시간은 몇 곱절이었으리라. 혈육을 만나든 못 만나든 이산가족들의 속마음은 타들어 간다. 이번 상봉 신청에서도 탈락한 이산가족들은 또다시 눈물의 연속이다. 상봉 신청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밤잠 설쳐가며 기다렸다. 방송 현장을 어슬렁거려보기도 했다. 초조한 나날이었다. 아픔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는 컴퓨터 추첨으로 이루어진다. 로또 당첨에 버금간다. 다행스럽게도 충북지역에는 7명이 방문한다. 어쩌다 한 번씩 개최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할 기회는 그만큼 희박해지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는 안타깝고 허탈하기 그지없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겐 너무 가혹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TV로 다른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 위안할 뿐이다. 북한 가족에게 줄 점퍼, 털신, 내복, 열대과일, 초콜릿, 담배, 학용품, 시계, 약품 등은 먼지만 쌓여간다.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숨겨진 고통을 누가 알랴. 고향의 흙냄새를 그리워하는 그들의 염원은 눈물겹다. 그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뉴스를 챙겨본다. 이산가족 상봉 소식이 언제, 어디서 들릴지 몰라서다.

"상봉만 시켜준다면 기어서라도 가고 싶어요." 한 고령자의 숨 막히는 절규에 가슴이 멘다. 눈물의 망향가는 애처롭기만 하다. 그는 이 세상에 없는 부모를 그리며 눈물을 삼킨다. 영전에 분묘도 못하는 불효의 한은 깊어만 간다. 그러니 고향 땅 밟기를 마지막 소원이듯 간절히 기도 올린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기회를 얻지 못한 이산가족의 희망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신청자보다 상봉 숫자가 턱없이 적다 보니 상봉 포기자는 계속 늘고 있다. 체력은 고갈되고 고령에 거동까지 불편하니 어쩔 수 없다. 남은 이산가족도 대부분 고령이어서 상봉 포기자는 해마다 늘 것으로 예상한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많은 이산가족이 늙고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그들이 언제든지 자유로이 만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최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이다. 이산가족의 애환을 담은 대하(大河)드라마였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애끓는 사연을 가진 이산가족들에겐 관심 밖이다. 내 혈육을 만나보는 것 외에는 눈길조차 줄 여유가 없다.

누구는 이렇게 강조한다. 독일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옛 서독의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사업으로,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을 데려온 방식)를 벤치마킹하라고.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서 부담스럽다. 또 누구는 말한다.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정례적인 만남, 고향 방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면 이산가족 문제를 푸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보인다. 정부의 발걸음도 미덥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북한의 교묘한 전략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옛 속담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북한 정권은 속담에 숨겨진 '천리(天理)'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들의 한 맺힌 메아리는 점점 공허(空虛)하기만 하다. '통일 대박'은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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